[이윤희의 포커살롱]"포커 페이스"

포커게임은 신사적이고 합리적인 게임의 대명사다. 모든 결과가 자신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게임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포커게임은 여러 가지로 매너가 중시된다. 재미있는 점은 매너가 좋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고수일수록 매너가 좋다는 공통점이다. 과연 고수들이 좋은 매너를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게임을 오래 해서 많은 매너를 배운 것일까. 아니면 고수들은 하나같이 인간성이 좋기 때문일까. 아니다. 고수들이 매너가 좋은 이유는 오직 한가지, 취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즉, 게임에서 돈을 따는데 매너가 안 좋으면 상대가 같이 게임하기를 꺼린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포커게임의 고수는 대부분 좋은 매너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커게임에서 좋지 않은 매너는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상대의 플레이에 대해 트집을 잡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돈을 따고 있는 사람이 타이트한 운영을 할 때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한다든지, 좋은 족보를 가졌지만 베팅을 하지 않은 채 다른 플레이어를 끌고 갈 경우 그 플레이를 야비하다고 헐뜯는 그런 행동을 의미한다.

포커게임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모든 결과가 나오는 게임이다. 따라서 상대가 룰을 어기지 않는 한, 상대의 어떠 플레이도 트집을 잡아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동이야말로 가장 좋지 않은 매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좋지 않은 매너가 있으니 바로 ‘돈을 따는 것’이다.

아무리 매너가 나빠도 돈을 잃는 사람은 어느 포커판이든 환영받는다. 반면 아무리 매너가 좋아도 돈을 계속 따는 사람은 언젠가는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렇기에 돈을 따는 것이야말로 가장 안 좋은 매너이며, 돈을 잃는 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포커게임인 것이다.

세계 최고의 도박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포커아카데미에서 수료 과정의 가장 마지막 코스는 바로 자기 자신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변장술과 포커페이스라 한다. 즉, 세계 최고의 실력자라도 게임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면 그 실력은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실제로 포커게임의 초일류들은 카드를 섞는 샤프질을 할 때도 일부러 어리숙한 티를 내기도 하며, 또 카드를 쪼을 때도 초보자 같은 폼을 사용해 상대를 현혹시키기도 한다.

게임이든, 운동이든 무엇이라도 남들보다 잘하고 앞서나간다는 것은 즐겁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또 그러한 명예욕을 얻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노력하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포커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실력 차이가 크게 나면 게임의 성사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어드벤티지를 하수에게 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수가 유리해도 엄청난 승률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포커게임에서는 아무리 실력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 간의 게임이라도 어떤 어드밴티지도 없다. 고수의 입장에서는 게임을 할 수만 있으면 승리는 따논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포커게임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지나치게 과시하려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이적행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포커페이스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펀넷 고문 leepro@7pok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