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팡야 + 수학 = 홀인원?

온라인 골프게임 ‘팡야’ 열풍이 불면서 게이머들 사이에 묘한 풍속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정 맵의 파3 홀에서 ‘홀인원을 만드는 공식’이라든가 특정 홀에 대한 ‘공략법’ 등 게임에 복잡한 수학공식을 적용해 타수를 줄이는 기발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

 심지어 모니터에 줄자를 들이대가며 정확한 거리를 산출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고, 원하는 특수 샷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게 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나돌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맞서기고 하지만 이런 팡야족들 덕분에 온라인에 때아닌 홀인원 열풍이 불고 있다.

# 라운드당 1500팡은 기본, 홀인원도 수시로

 ‘팡야족’이 급증하면서 20언더파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는 고레벨 유저도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이 라운드당 거둬들이는 팡 점수도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 유저들이 라운드당 500∼700점대의 팡을 획득하는데 비해 이들 고레벨 유저는 1500팡 이상을 기본으로 뽑아낸다.

 “20언더 정도 치며 라운드당 1500팡은 기본이예요. 코스별 홀마다 공략법이 있어서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대량 득점이 가능해요.” 최고의 인기 프로게임단 SK텔레콤T1을 이끌고 있는 주훈감독은 틈만 나면 ‘팡야’를 즐기는 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실력은 평균 20언더. 그렇지만 그도 대회모드에 참여하면 1등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타수를 치는 고수들이 팡야속에는 즐비하다. 게임사에 근무하는 한 고위급 임원도 “대회 모드에서 18언더를 치는 놀랄만한 기록을 세우고도 9위밖에 못했다”며 투덜댈 정도. 특히 그는 “25언더를 기록하는 유저를 봤는데, 파3홀에서는 홀인원을 밥먹듯이 한다”며 부러워 한다.

 ‘팡야’를 즐기는 마이나층이 10대에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보니 고수도 많은 것은 사실. 그렇지만 ‘팡야’가 아무리 다양한 특수샷 구사가 가능하고, 여러가지 아이템을 이용할 경우 보다 쉽게 ‘팡’을 만들어 내거나 비거리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상황이 이쯤되면 뭔가 비법이 있기 마련이다.

 

# 비법은 바로 수학

 ‘0.000183*C2*SIN(D2*3.141592180)*POWER(100*H2E2,2.23)*POWER((1+((-A2-3.3)*0.8)B2),2)’ 요즘 ‘팡야’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런 종류의 복잡한 수학공식들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팡야’를 즐기는 공대생들이 바람의 세기(C2)와 각도(D2), 파워(H2), 클럽의 최대 파워(E2), 홀컵의 높이(A2), 홀컵까지의 거리(B2) 등의 변수를 수학으로 풀어내 만들어 낸 ‘홀인원 공식’이라고 한다. 세상에 게임하나에 이렇게 치열하고 복잡한 계산법을 동원하다니. 그 열정에 절로 혀가 내둘러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도중에 이처럼 복잡한 계산을 해가며 샷을 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일부 유저들은 “그거 계산하다 보면 대회 다 끝나겠다”며 황당해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온라인게임은 최고급 계산기인 컴퓨터로 즐기는 게임이 아닌가. 컴퓨터에 이같은 공식을 풀어줄 공식을 입력해 놓고 수식에 변수만 넣어주면 만사 오케이. 나온 답을 기준으로 어는 지점을 겨냥해 어떤 샷을 구사할 것인가만 결정하면 된다.

 롱 칩샷을 바로 홀인으로 연결시키는 유저들도 이같은 복잡한 수학공식을 응용한다. 철저한 계산으로 뽈대에 공을 맞춰 그대로 홀 안에 떨어지게 하는 ‘빔샷’이 그 것. 색다른 점은 샌드나 피칭을 사용하지 않고 6번 아이언을 사용한다는 사실. 이들 극성 마니아들에게는 티샷에서부터 짧은 거리를 남겨두고 홀컵에 공을 붙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칩샷까지도 퍼팅의 연속일 뿐이다.

 타수를 줄이기 위한 ‘팡야족’들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팡야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컴퓨터 설정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정확한 방향과 거리 계산을 위해 모니터 화면에 직접 막대자를 들이대 ㎜ 단위로 거리를 측정하는 장면까지 연출한다고 하니 말다했다.

 

# 매크로 사용은 ‘NO’

 하지만 이들에게도 금기사항은 있다. 바로 다양한 특수샷을 자동으로 구사해 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 일명 ‘핵’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유저들 스스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게임사측에서 게임에 핵 쉴드를 장치해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막고 있지만 끊임없이 변종 매크로가 생겨나면서 쓰고자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는 매크로 사용을 자제하자는 게시글에서부터 매크로를 사용하는 유저를 색출해 내는 방법까지 올라오고 있다. 그 내용도 너무 자세하다.

이를테면 매크로를 사용하면 평균 샷시간이 몇초 늦어진다거나 OB를 낼 확률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면 매크로 유저로 의심해 볼만하다는 것. 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매크로를 써봐서 잘 아는데 이를 사용하면 점수가 잘 나올지는 몰라도 게임의 재미가 떨어지고 같이 라운딩을 하는 정직한 유저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