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에 설립된 스튜디오 실프(대표 윤종태)는 기존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 게임 개발사다. 전체 직원은 20명 남짓이지만 기존 유명 개발사에 몸을 담았던 멤버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신현우 실장은 그라비티 창립 멤버이자 ‘라그나로크’의 개발자로 유명하며 대표이사 윤종태씨는 위자드소프트 부사장으로 수 많은 패키기 게임을 국내에 유통시킨 장본인이다.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이승연 이사도 SKC 시절부터 게임과 인연을 맺었던 게임 토박이다.
이곳에서 개발되고 있는 게임은 현재 ‘큐빗’이 유일하다. 이 게임은 신현우 실장이 그라비티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구상한 기획으로 파트너를 찾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던 윤종태 사장을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 오늘에 이르고 있다. ‘큐빗’은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기본적으로는 육성 시뮬레이션이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바위처럼 단단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신현우 실장은 “이 게임을 본 사람은 심즈와 비교하기도 하고 프린세스 메이커와 저울질하지만 사실 커뮤니티 게임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커뮤니티 게임
게임은 기본적으로 인형을 키우게 되는데 이 인형은 육성 시뮬레이션처럼 유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다. 인형은 아바타로 존재해 다른 유저와 대화할 때 사용되며 인공 지능을 갖춰 스스로 행동하고 말도 한다.
또한 유저들과 함께 주어진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데 모든 맵은 필드가 아닌 방으로만 존재한다. 롤플레잉 시스템의 퀘스트를 완전히 탈피한 개념이다. 레고를 생각해보자. 레고는 수십 가지의 조각으로 어떤 물건을 만드는 장난감이다.
조각 하나하나는 의미가 없지만 유저는 이것을 가지고 자신이 상상력이 닿는 한 어떤 물건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건은 커뮤니티를 의미하며 조각은 ‘큐빗’의 인형이다. 이 게임은 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큐빗(Cuvit)’은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이지만 전투 방식의 일반 온라인게임(MMORPG)과는 달리 캐릭터를 육성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3D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유저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형 놀이와 동화의 세계를 모티브로 한 게임으로, 인형에게 말과 행동을 가르치고 다양한 의상, 액세서리, 가구 등을 이용해 인형과 인형의 방을 꾸미며 친구를 사귀고 함께 퀘스트를 풀어나가는 등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게임 속 주인공인 인형은은 3D로 제작돼 육성하는 수준에 따라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 등이 수 백가지 형태로 진화한다. 그러나 이 인형들은 유저가 컨트롤하는 대로 움직이는 단순 꼭둑각시가 아니라 때로는 친구로서 대화 상대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분신으로 자기 대신 친구들을 맞이해 함께 놀기도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른 유저와 커뮤니티가 형성돼 채팅 사이트 못지 않는 강력한 연대 관계를 만들어 준다. 육성 시뮬레이션과 채팅, MMORPG가 하나로 묶인 게임이 바로 ‘큐빗’이다.
# 새로운 게임을 이해하는 사람 거의 없어
하지만 이를 하나로 얽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 게임의 컨셉을 쉽게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어 앞으로 갈길이 멀다.
윤종태 사장도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인식 문제라며 “이 게임을 아무리 설명해도 투자자나 유통사가 이해를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MMORPG가 지겹다고 하지만 막상 새로운 장르를 들고 가면 평가 기준은 여전히 MMORPG”라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게임을 관계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의욕은 대단하다. 연말이면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고 기획 단계부터 아이템 부분 유료화를 적용해 어쩔 수 없이 부분 유료화를 시행하는 타 온라인 게임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인형을 키우는 초반 플레이만 경험해도 강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현우 실장은 “잘 팔리는 게임이란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장르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완성해 보이겠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인터뷰-윤종태 사장
- 이와 같은 게임을 만든 동기는.
▲ 온라인 게임의 문제점은 업데이트에 있다. 아무리 개발자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업데이트를 해도 유저는 일주일만에 모두 클리어하고 ‘지겨운 노다가’라고 입을 모은다. 이건 끝이 없는 술래잡기와 같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게임의 콘텐츠를 유저가 스스로 만들어 내고 개발사는 그 토대만 마련해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우 단순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방대해져 지금의 ‘큐빗’이 탄생했다.
- 향후 개발 일정은.
▲ 17일에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한다. MMORPG처럼 홍보 수단이 아니라 진짜 클로즈 베타 테스트다. 소수의 선택된 유저만 참여해 게임에 대한 버그와 문제점을 함께 고민할 것이다. 연말에 오픈 베타 테스트에 들어가면 곧바로 상용화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오픈 베타 테스트를 길게 잡으면 개발사와 유통사, 유저 모두 망한다.
- 게임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 처음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보니, 여러 가지 충고들이 떠오른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하는 것 조차 고비고 오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면 절반은 성공했다는 말이 있는데, 딱 맞다. 많은 개발사들이 다양한 베타 테스트를 실시하는데 존경해야 한다. 그것이 이뤄지기까지 얼마나 힘든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게임 개발은 긴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변수가 돌출되는데 이를 잘 해결하고 정해진 플랜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