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협회를 이끌고 있는 오성민 회장은 요즘 들어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임의단체인 협회를 사단법인화 해 공식단체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마치 새로운 회사를 하나 더 설립하는 듯 분주하다.
국내에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등장해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이 선보인 지 5년이 지났다. 개발사는 500여개에 이르고 시장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늦은 감도 없지 않지만 현재 오성민 회장의 분주한 발걸음 속에 모바일 게임 개발사의 숙원인 공식기구의 설립이 실현되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개발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지금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변화에 대처하는 역할이 개별 개발사에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문화산업으로서의 발전을 위해 공동 대응할 때가 온 것입니다. 산업이 확대돼야 시장이 커지고 각각의 개발사의 파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 회원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협회 오성민 회장을 중심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결집을 시도하고 나섰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 협회를 통해 일정 정도 개발사의 목소리를 못 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의단체라는 한계 때문에 그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또 조각 조각 흩어진 소리였다. 사실 모바일 게임 산업에서 유저인 소비자를 제외하면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할 개발사들이지만 정부의 통신 정책 등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다.
“임의 단체가 가진 여러 약점 때문입니다. 정부 주도의 모바일 관련 사업에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참여할 수 없었고 불법 복제 등 법적 대응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까지도 공식적인 법적 기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찌 할 수 없었습니다. 모바일 게임 협회의 사단법인화는 바로 이러한 여러 현안과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방법입니다.” 오 회장은 협회의 사단법인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업계는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거나 한 목소리를 내야할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까이는 통합플랫폼 위피(wipi)부터 망개방 방향, 그리고 모바일 시장 초기부터 내재돼 온 통신사와의 수직적 갑을 관계나 무료 게임 문제, 외부로 눈을 돌리면 불법복제에 대한 대응과 해외 시장 경쟁력 확보까지 수두룩하다. 특히 개발사는 물론 업계 전체를 위기로 몰고갈 위험까지 안고 있는 모바일 게임 불법복제 문제는 고소 고발의 법적 주체로 협회가 나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 연내 회원사 100개 돌파
이 모든 문제를 짊어지고 갈 사단법인 모바일게임산업협회(가칭)는 다음달 중순 발족식과 함께 첫 사업으로 ‘모바일 게임 컨퍼런스’를 개최해 그 모습을 외부에 알린다. 현재 65개 회원사의 참여도와 호응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올 초 만해도 20여개 정도에 불과했던 회원수가 현재 60개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8월에 열린 협회 임시 총회 때는 90% 이상의 높은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이대로 라면 올해 안으로 100개 회원사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단법인으로 거듭나는 협회는 회원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탄력을 더해 향후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일 태세다. 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인 컴투스, 게임빌을 비롯해 엠조이넷 등 이사직을 맡고 있는 회원사는 물론 신규 회원사까지 협회 일에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런 분위기라면 어떤 게임단체도 부럽지 않은 응집력과 활동력을 보일 전망이다.
“시장이 커지고 업체 수도 늘면서 임의단체이지만 협회의 위상이 무척 높아졌습니다. 협회 이사 회원들의 재정적인 지원과 더불어 신규 개발사의 참여로 일정 수준의 협회 예산이 쌓였고 이를 바탕으로 워크숍과 이동통신사 초청 좌담회, 정부와의 정책 간담회 등을 열 수 있었고 협회의 위상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오 회장은 협회의 위상 강화를 회원사의 적극적인 참여로 돌렸지만 올 4월부터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회사일보다 더 열심히 협회 업무를 위해 뛴 오 회장의 역할 역시 컸다는 것이 주위 평가다.
#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몇몇 모바일 게임 사장들의 친목 모임으로 출발한 협회와 나스카 오 사장과의 인연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바일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무료 모바일 게임을 어떻게 유료화로 전환시킬 것인가였다. 나스카 역시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서 이 같은 고민을 함께하고 있었다.
“모바일 게임이 등장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죠. 무료 모델을 유료화로 돌려야 할 시기였습니다. 이를 놓고 모든 개발사들이 고민했고 송병준 사장, 강신혁 사장, 윤효성 사장, 박지영 사장 등과 함께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습니다.” 시장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지만 당시 시장을 선도해 온 개발사 사장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한 이 모임은 이후 비공식적이지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창구로 거듭났고 나아가 결속을 다지는 구심체로 성장하게 된다.
임의 단체였지만 게임 활성화 분과, 플랫폼 분과, 수출활성화 분과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분과 활동과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고 이러한 활동의 기반 위에 이번 사단법인 모바일 게임산업협회는 탄생을 예고했다.
특히 최근에는 수직적 갑을 관계로 고착화 된 이동통신사와 개발사간의 관계를 수평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협회 구성이 선결 과제라는데 회원사간의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 또한 협회의 공식기구화를 촉발시킨 하나의 요인이기도 하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해결해야 일들을 개별 업체 보다는 공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는 힘을 모아 대응한다는 차원이 아닌 통신사와 개발사 간에 더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생의 길을 걷자는 뜻입니다. 또한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이동통신사 뿐 아니라 정부와 모바일 관련 업계 모두 다 해당됩니다.”
# 내외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목적
다음달 ‘모바일 게임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사단법인 모바일게임산업협회는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정부와 이동통신사, 모바일 관련 단체 등을 초청해 대규모 토론회 형식으로 열릴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오 회장은 새로운 협회 출범을 알리고 그 목적과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한 협회는 별도의 사무국을 두고 지속적인 대정부 정책 대안을 마련해 나가는 한편 꾸준한 해외조사 활동을 벌여 회원사의 해외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보 제공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 마련은 필수.
오 회장은 스스럼없이 이사 회원의 부담을 늘리고 일반 회원사 연회비를 기존 3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높일 계획도 언급했다. “1억원 정도는 필요합니다. 회비를 거두는 문제는 앞으로 협회 활동의 양적 질적 향상을 위해 밑거름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걷느냐가 아니라 사업의 양적 질적 성과입니다. 협회의 활동을 통해 개별 회원사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안겨준다면 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협회의 방향과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얘기할 때 오 회장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면서 자신감이 있어보였다. 외부의 시선, 사안별로 갈릴 수 있는 업계 내부의 갈등 등 불안 요소가 없지 않음에도 시종 낙관적인 모습을 비쳤다.
“외부에서 그런다더군요.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엇뜻 보면 잘 뭉치지 못할 것 같은데 의외로 단결이 잘되는 것 같다고요. 무엇 때문에 잘 뭉치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잘 뭉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현재 이것 만큼 중요한게 또 있을까요.”1992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2~1996년 고려증권 근무
1997~2001년 해오름텔레콤 대표이사
2002년~현재 나스카 대표이사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