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칼럼]잠자는 것도 전략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인 성향으로 보면 재미를 그다지 즐길 줄 모르는 성격이다. 재미있고 다채롭게 사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적합할 것 같다. 하지만 몇 안 되는 즐거운 일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은 춤이 아닐까 싶다. 춤은 나의 ‘특기’에서 ‘취미’로 전향한 특별 항목이니까. 간혹 재즈 댄스를 즐기기도 하고, 누군가의 춤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만화책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 곧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수 천권의 만화 중에서도 허구색이 짙은 것을 선호한다. 말도 안 될 만큼 허무맹랑한 코미디나 기이한 이야기 같은 것. 상상력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만화가 내 취미에 맞는다. 하기는 그 상상력 덕분에 게임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된 셈이니 만화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무언가 끄적거리는 것도 내 생활의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다. 읽는 즐거움 만큼이나 쓴는 재미도 즐긴다. 일기는 어릴 때부터 줄곧 써왔고 내가 쓴 일기들을 열심히 모아 두었다. 하지만 매일 성실하게 쓰는 보통의 일기는 아니다. 내게 특별한 사건이 생겼을 때, 색다른 즐거움이나 잊지 못할 슬픔이 있을 때 그 순간을 골라서 쓰는 리스트 업 일기다.

 휴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삶의 즐거움이다. 그 중에서도 잠자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꿈을 많이 꾼다. 잠자는 것이 좋은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꿈 때문이다. 꿈에서도 일을 하는 버릇이 있기는 하지만 평소에 나의 기발한 상상력들은 꿈속에서 실현되곤 하는 편이다. 그래서 꿈을 꾸고 난 아침이 좋다.

 잠자는 것을 좋아하는 데는 특별한 철학이 있다. 잠을 통해 또한 꿈을 통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채워야 하는 게 아깝다고 말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인생의 3분의 1이라는 잠을 통해서 나머지 3분의 2의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은 거꾸로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오히려 인생의 3분의 2를 잠으로 채워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하고. 만약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마음껏 자라고 한다면 며칠이고 잠들어 있을 자신이 있고, 실제로 나는 2박3일을 마치 동면하는 개구리처럼 잠만 잔 경험도 있다.

 충전이란 가장 중요한 생활의 법칙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지친 내 자신을 충전하기 위해서 행하는 모든 것은 바람직하다. 그것이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나를 망가뜨리는 종류만 아니라면, 아이처럼 만화에 빠지고, 여전히 춤을 즐기고, 너무하다 싶을 만큼 잠을 자는 일은 내 삶을 건강하게 충전해주는 에너지가 되므로 그것들 모두 내 생활의 엔터테인먼트다.

<이젠사장 saralee@e-z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