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골프에 올인한 두 남녀

‘팡야’ VS ‘당신은 골프왕’

최근 캐쥬얼 골프게임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두 화제작이다. 이들의 개발 주역을 한 자리에 모은 만큼 엔트리브 서관희(30) 이사와 NHN 김윤아(32) 과장의 첫 만남은 묘한 긴장감과 어색함 속에 출발했다. 어색한 인사가 끝나고 상대의 게임을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는 서로 당혹감 마저 느끼는 분위기. 너무나 조심스런 답변만 나온다.

서 이사:‘당신은 골프왕’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것같더라구요.

김 과장:전 아직 ‘팡야’를 안해봐서….

겉도는 대화로 5분쯤 시간을 보냈을까. 게임의 기획 단계와 그간 개발 과정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둘 사이의 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골프게임을 개발하며 느낀 우여곡절을 얘기하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서 이사와 김 과장 모두 공감하는 부분은 골프게임을 너무 쉽게 봤다 큰 고생을 했다는 점이다.

 

 # 경쟁사 핵심 멤버들의 첫 만남

‘팡야’와 ‘당신의 골프왕’이 기획된 시점은 공교롭고도 2002년 초로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다. 또 ‘팡야’가 당초 6개월짜리 프로젝트로 기획된 것처럼 ‘당신은 골프왕’도 1년이면 충분히 완성될 단기 프로젝트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팡야’가 2년이 지난 올 3월에 오픈베타에 들어갔고 ‘당신은 골프왕’이 최근 공개 서비스에 들어간 것을 보면 두 케이스 모두 3∼4배 이상 기간을 초과했다. 그만큼 골프게임을 쉽게 봤다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간 고생한 얘기가 시작되자 둘은 누가 먼저랄 것없이 말 문이 터졌다.

“필드가 이렇게 넓은 줄 생각도 못했어요. 페어웨이, 벙커, 그린 등의 고저, 나무들의 위치까지 단순히 맵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코스를 설계하는 고난도 작업이더라구요. 코스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거기다 평범한 카메라 시점으로는 도저히 골프라는 스포츠의 역동감을 표현할 수 없더군요. 출시 시기가 다가올 수록 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더라구요”

김 과장은 최근 ‘당신은 골프왕’이 오픈 서비스에 들어간 감회 때문인지 아트디렉터로 그간의 고생을 먼저 털어 놓았다.

“맞아요. MMORPG는 기본 엔진이 설정되면 중요 거점을 찍어가며 맵을 만들 수 있는데 골프 코스는 그렇지 않더라구요. 18홀 정규 코스 만드는데 5개월이나 걸리더군요. 실제 골프장 코스를 응용하면 게임에서는 너무 쉬워지는 게 문제더라구요.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구나 저희는 아트 디렉터가 2번이나 바뀌며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어요.”

김 과장의 하소연에 서 이사도 금새 맞장구를 친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공감 이뤄

앞으로 두 게임에 추가될 특이한 점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먼저 답을 한 건 ‘팡야’의 서 이사.

“골프도 정해진 룰에 따라 진행되는 게임이다 보니 자칫 지루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데 무엇보다 주력하고 있습니다. 곧 밤 코스를 배경으로 한 맵이 추가될 예정이예요. 또 길드를 지원하는 커뮤니티 기능이나 메신저 지원 기능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서 이사의 말이 끝나자 김 과장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당신의 골프왕’도 향후 업데이트 계획에 밤을 배경으로 한 컨셉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발 늦었다는 안타까움까지 느껴졌다.

“게임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말죠. 이러다 서로 기밀까지 다 털어놓겠어요. 실제로 비슷한 골프게임이다 보니 컨셉이 겹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더구나 ‘당신의 골프왕’이 나중에 출시돼다 보니 차별화에 대한 부담감도 많거든요.”

실제로 김 과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팡야’를 아직까지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트디렉터가 경쟁 작품을 자꾸 보다보면 여기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후배나 친구들을 시켜 ‘팡야’의 장점을 모니터링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김 과장의 가장 큰 조언자는 바로 배우자인 남편. 평소 골프를 좋아하는 김 과장의 남편은 ‘당신은 골프왕’이 서비스되자 하루도 빠짐없이 게임을 즐기며 조언을 한다고.

이런저런 얘기가 한참 오가자 둘의 화제는 골프게임의 대중화로 모아졌다. 현실에서는 아직까지 골프를 치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귀족 스포츠라 생각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는 것.

기본적인 룰만 익힌다면 인터넷에서 고스톱이나 포커를 즐기는 것처럼 짧은 시간에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거기다 카드 보드 게임과는 비교도 안되는 오묘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금새 게임에 빠진다고. 서 이사는 골프 게임의 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팡야’가 출시될 때만 해도 골프 장르에 대한 생경감 때문에 굳이 이를 강조하지 않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벌써 온라인 게임만 3종이 서비스되는 데다 앞으로 몇 작품이 더 나온다고 하니 곧 골프 게임도 대중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존 RPG와 달리 시간 투자에 대한 부담이 없으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것이 골프게임의 장점이죠.”

김 과장도 뒤질세라 골프 대중화론을 거들었다.

“게임을 만들면서 전세계 골프장 정보를 모두 수집하기도 했죠. 하지만 현실과 달리 게임에는 그에 맞는 재미가 따로 필요하더라구요. 저도 그렇게 골프와 가까워졌지만 이제는 골프 대회 갤러리로도 참석하고 싶을 만큼 골프 애호가가 돼 가고 있어요.”

2시간 남짓한 짧은 인터뷰가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의 사무실로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끝이 없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오늘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자로 만나 친구로 돌아서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팡야’와 ‘당신의 골프왕’의 선의의 경쟁이 곧 골프게임의 대중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