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의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도 달라지고 있다. 게임 캐릭터부터 시작해 인기 연예인이 등장하는가 하면 얼짱 신드롬을 타고 일반인이 얼굴을 내밀고 개발자가 직접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게임 광고 모델, 더 게임스가 짚어봤다.
게임도 상품이다.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광고를 해야하고 광고는 필연적으로 모델이 있다. 하지만 게임 초창기 광고는 패키지 자체가 모델이었다. 유통사는 여러 개의 게임을 한꺼번에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 십여 개의 패키지 앞면을 좌우로 열지어 군대식으로 광고했다.
하지만 조금씩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게임도 임팩트있는 광고를 하게 됐는데 가장 흔한 것이 캐릭터였다. 초창기 게임들은 2D로 제작됐고 그래픽 수준도 지금과 비교해 매우 떨어졌기 때문에 게임 내 캐릭터를 그대로 모델로 사용하기에는 무리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캐릭터를 최대한 과장해 영화 포스터같은 느낌으로 제작했다(여기에 속아 게임을 구입한 유저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와 분위기를 광고와 최대한 맞췄고 게임 캐릭터가 단독으로 등장하는 케이스는 드물었다.
게임 캐릭터가 직접 광고 모델로 등장한 것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나 과거에는 게임 스토리상 가장 중요한 인물과 여러 명이 동시에 등장했다면, 현재는 대부분 여성이고 섹시한 포즈, 야한 옷차림이 특징이다. 또 실사가 아닌 점을 이용해 옷을 벗기고 있어 논란거리로 작용하기도 한다.온라인 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미래 첨단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많은 게임 모델의 왕좌가 연예인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인기 정상급의 여자 연예인을 이용한 스타 마케팅은 게임을 홍보하는데 매력적인 수단이었다.
프리스톤의 ‘프리스톤 테일’은 연예기획사 예당과 손잡고 하지원, 베이비 복스, 신애 등 정상급 연예인들을 전속 모델로 잇따라 등장시켰다. 연예인들이 온라인 게임 속에서 유저들과 만나고 게임 내에서 각 스타별 스타 클랜까지 만들었지만 이름값에 비해 좋은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
CCR은 장나라, 써니YNK는 ‘씰 온라인’에 임은경 등을 기용해 TV 광고와 포스터를 제작해 전국 PC방에 돌렸다. YBM시시닷컴은 쿠노이치 걸을 선발해 마치 연예기획사의 스타 오디션처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넥슨은 ‘카트라이더’에 프로 모델 우리양을 전격 기용해 저연령층의 남성 유저를 유혹했고 ‘프리프’의 김지영, ‘마비노기’에 박정아, ‘라그나로크’ 이효리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마비노기’는 박정아와 6개월간 총 2억 5000만원 계약을 맺고 대규모 스타 마케팅에 돌입해 화제를 낳았다. 넥슨 측은 밝고 건강한 박정아의 이미지가 게임의 성격과 맞아 떨어진다는 판단에 그녀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게임 모델로 등장해 가장 큰 효과를 모은 연예인은 역시 이효리다.
그라비티가 ‘라그나로크’의 모델로 기용할 당시만 해도 이효리는 대형 스타계열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솔로 앨범을 내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자 초고속으로 정상급 스타로 발돋음했으며 덩달아 ‘라그나로크’도 반사 이익을 봤다. 그라비티는 이효리를 활용해 큰 재미를 봤고 대중적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에는 연예인을 기용하지 않고 있다.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오히려 역풍을 받은 게임도 있다. 이소프넷은 온라인 게임 ‘엔에이지’를 개발하면서 동명의 댄스그룹을 키웠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오히려 게임의 이미지만 망친 대표적인 사례다.하지만 새로운 것을 원하는 마케팅은 연예인을 거쳐 일반인까지 등장시키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길거리를 걷는 평범한 외모의 배나온 회사원이 갑자기 모델로 기용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얼짱 신드롬을 타고 ‘일반인이지만 연예인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 모델이 대거 나타났다.
‘아스가르드’의 모델 박소희양은 게임이 좋아 무심코 참여한 게임 얼짱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등장했다. 또 넥슨은 ‘아스가르드’ 겜짱 대회를 열어 아줌마 박금화씨를 모델로 삼기도 했다. 결혼 9년차 주부에 마법사 레벨 94까지 키우며 화랑 길드 부회장까지 하는 등 얼짱에 겜짱의 요건을 골고루 갖춘 ‘물건’이었다.
YBM시사닷컴은 게임 ‘쿠노이치’ 광고를 위해 쿠노이치 걸 선발 대회를 열었고 의외로 많은 인재들이 모여 예상 밖의 효과를 봤다. 쿠노이치 걸에는 곽현화씨가, 게임쟈키는 손윤경씨가 선정돼 게임과 관련된 많은 행사에 참여했다.
레이싱 게임 ‘팀 레볼루션’은 실제 레이싱 걸 지윤미씨를 모델로 투입했으며 골프 게임 ‘샷 온라인’도 현재 가장 잘나간다는 레이싱걸 이선영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이선영씨는 인터뷰 섭외가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 연예인 뺨치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이며 주말 연예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까지 한다.하지만 연예인이나 얼짱과 거리가 먼 모델도 있다.액토즈소프트는 ‘A3’ 개발자 권민관씨를 광고 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변신을 시도 중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자도 자신의 게임에 광고로 나오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이름을 게임 타이틀 앞에 붙여 가치를 부여하는데, 대표적으로 시드 마이어가 있다. 철저히 뒤에 숨는 것이 개발자의 불문율이었으나 액토즈소프트는 과감히 개발자를 모델로 기용, 유저에게 신선함을 주고 게임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무협 온라인 게임 ‘디오’는 정철화 사장이 직접 광고 모델로 나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사장이 직접 발로 뛰면 다르다’는 컨셉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게임 모델계는 여전히 게임 캐릭터가 장악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 캐릭터 모델의 저력은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여성 캐릭터와 장기 계약(?) 중이며 한번 스타 마케팅을 해본 회사들도 다시 캐릭터로 돌아서고 있다.
애니파크가 개발한 최초의 본격 성인용 온라인 게임 ‘A3’ 캐릭터모델 레디안은 그 어떤 연예인 모델보다 게이머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레디안은 게임 스토리 상에 존재하는 캐릭터로, 실제 게임에는 나타나지 않고 신비감을 조성해 유저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 본격 성인용 게임답게 알몸을 드러내며 섹시한 포즈로 단숨에 인기 모델로 급부상했다.
이에 힘입어 액토즈소프트는 최초로 게임 캐릭터 누드집까지 고려했지만 내부 사정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A3’하면 레디안이 떠오를 만큼 게임 캐릭터 모델로서 성공했다.
한 업계 마케팅 전문가는 “게임 캐릭터를 모델로 기용하면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느낌을 전달하기가 쉽고 유저 입장에서도 연예인보다는 게임 속 캐릭터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의 대중화와 광고 효과를 위해 인기 연예인을 기용하는 것을 탓할 순 없다. 하지만 많은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것처럼 비용에 어울리는 효과를 본 케이스가 많지 않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