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에 대기업들의 참여가 본격화될 모양이다. 그러나 뉴스 비중으로 보면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협력사를 통해 아니면 자금 투자방식으로 게임시장에 줄곧 몸을 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그들의 움직임이 새삼 관심을 끄는 까닭은 뭘까.
그 것은 다름아닌 게임시장에 대한 사업 조정이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는 데다 전문업체와의 물밑작업이 심상치 않는데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예전에는 소극적인 시장 진입을 꾀했다면 지금은 얼굴을 드러내며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이 무슨 얘들 상대로 사업을 하느냐는 그룹 내부의 비아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게임시장의 외연이 날로 넓어지고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에서 대기업들의 참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진입단계에서는 전문업체들이 갈고 닦을 수 밖에 없지만 명실공한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이를 뒷받침 한다.
그렇다. 일정한 시장 경제 규모를 유지하려면 자금을 끌어 모을 수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현재의 게임시장 파이로는 산업으로써의 위상 제고가 쉽지않다. 한마디로 물꼬를 트고 ‘우리 것’이라는 집착을 버릴 수 밖에 없다.
우리 영화도 한때 충무로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다. 이를테면 영화는 충무로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이었다.그러나 그즈음 우리 영화는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성인자끼리의 결합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대기업들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우리영화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고인 물이 빠지고 새물이 채워지면서 젊은 영화인들이 밀물처럼 들어왔고 충무로가는 그이후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대기업들의 시장진입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보다는 그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법적인 장치로 보면 대기업들의 시장진입 장벽은 사실상 없다. 또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장치산업 못지않게 자금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대기업들의 참여를 무조건 가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역할분담의 논의가 서둘러 이루어져 한다고 본다. 일예로 콘텐츠 개발은 전문업체에서 맡고 대기업은 퍼브리셔 역할만을 수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은 전문업체에서 전담하고 마켓은 대기업들이 전담하는 방식이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다리를 뻗으면 눕고 싶다고 대기업들이 모든 걸 다 하려 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회의 목탁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어찌됐든 그들의 시장 참여에 따른 전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에 오지 않았느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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