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수(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 북한연구센터 소장)=개성공단 개발사업이 남북관계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남북한 간 통신은 정부당국 간이나 공공기관 간 의사교환이 대부분인 상황이며 어떻게 보면 남북한의 통신교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든 측면도 있다. 때문에 민간 교류의 물꼬를 틀 것으로 예상되는 개성공단사업은 개발사업 자체도 비중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류협력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통신망의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데, 북측의 통신망 시설이 낙후돼 있기 때문에 우려가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더욱이 통신시설은 예의 코콤(COCOM)이나 바세나르협정 등으로 기반 구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북측도 이런 장비들을 투명하게 활용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임완근(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한마디로 통일 엔진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남포공단, 함흥, 신의주 등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경협사업이라는 측면만 보지말고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북한관련 사업의 위험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비용을 산출했으면 한다. 일각에서는 현대아산이 특혜를 받았다고들 했는데 현대아산이 대북경협을 통해 산출한 위험해소의 유·무형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한편 중국이 북한에 엄청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 중국은 호텔과 관광지역 개발 등에 엄청난 규모의 대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경제권을 중국에 다 넘겨준 후 우리가 다음 역할을 해야 하는 난제로 남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동북공정이 아니라 북한의 경제권을 장악하려는 제스처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대한 전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IT교류와 관련해서는 교육사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IT협력은 교육과 공동연구 부문의 사전 교류를 통해 실제로 사업협력 방안을 찾는 것이 좋다. 남북협력이 매우 어려운 시기에 봉착해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현대아산에 민족사업에 대한 의지와 노력을 다시 한 번 부탁하고 싶다.
△최성(남서울대 교수)=우리는 한때 20만명이 제조업에 종사하는 세계 5대 제조생산국이었다. 물론 이것은 높은 생산성에 기반을 둔 제품경쟁력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4만∼5만개 중소제조업체들이 해외로 떠난 현재, 개성공단은 우리가 5대 생산국으로 다시 한 번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생산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생산성이 낮다면 많은 기업이 포기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성공업지구의 생산성을 시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다만 IT인력 수급은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SW 개발인력이 부족해 인도에서 1500여명의 엔지니어들을 고용했지만 상당수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실패한 사례가 있다. 같은 언어와 지리적인 장점은 그동안 해외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재원(단장)=북한의 생산성은 일단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특히 제조, 피복, 의류 분야에서는 노동자들이 일본어 도면을 보며 제품을 만들어 직접 수출할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기대하고 있는 IT분야에서 초기 상업화 능력은 여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SW로 돈을 번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IT인력 10만명은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의 강점은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다. 앞으로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과제다.
△정일(목포대 교수)=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을 단순하게 보면 안된다. 처음 중국은 연안을 개방했다가 경제 발전측면에서 내륙과의 불균형이 심화되자 서부대개발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북지역을 개발하고 소위 북한을 중국의 경제권역에 묶어 두기 위해 대북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전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우리도 보다 구체적이고 진지한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백원인(현대정보기술 대표)=많은 기업들이 북한의 저렴한 임금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보다는 상호 신뢰회복과 경제교류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북한에 가서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북한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교류할 방법을 찾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한 직원 채용이다. 현재 중국과 동유럽에 다수의 지사가 진출해 있는데 이런 곳에 가급적 북한의 우수한 엔지니어를 고용해 현지법인에서 근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강태헌(케이컴스 대표)=SW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분야의 특수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개성공단이 기업에 세제혜택과 특혜를 주고 있기는 하지만 지적재산권 문제도 언급이 됐으면 한다. SW기업에 있어서 지재권은 생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지적재산권이 확보되지 않고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기업 운영 자체가 힘들어진다. 때문에 법적인 분쟁이나 지적재산권 문제를 관할하고 중재할 법원이나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제발표-개성공단과 남북IT산업 협력방안
발표:심재원 현대아산 개성산업 단장
기본적으로 모든 남북 관계와 경협에 관해선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를 표방해야 한다. 스포츠를 통해 자연스러운 화해분위기를 도출해냈던 것처럼 경제협력을 통해 역사의 골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주지하다시피 남북 경제협력은 지난 1989년 1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관광에 대해 합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당시 남북경협의정서를 체결하고 시베리아 자원 개발에 동의함으로써 역사적인 남북경제협력과 남북화해분위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도 산발적이고 획일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어 정부당국은 물론 현대아산도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접근이 개성 경제 특구를 통한 교류협력방안이다. 개성은 서울에서 불과 70km 떨어진 지리적인 이점을 갖고 있는 도시다. 동북아 물류중심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에게 1시간 이내라는 거리적인 이점은 남북 경협과 이를 근간으로 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한 매력적인 조건이다. 현재 북한과 통행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고 올 1월부터 매주 화요일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토론을 개최하고 있다. 개성특구를 공동 경제활동의 시범적 모델로 추진함으로써 남북관계와 경협의 산적한 난제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장으로 활용하자는 관점이다.
개성공단 개발은 지난 2002년 11월 개성공업지구법이 발표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는데 지난해 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청산결제·상사분쟁해결절차 등의 4대 남북경협합의서 국회비준이 발효된 데 이어 올 정기국회에서 신변안전을 포함한 통행, 통신, 검역, 통관 등의 국회비준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의 투자환경은 전통 제조업체와 더불어 IT기업에도 많은 이점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토지이용기간이 50년으로 토지이용권과 건물의 취득과 양도, 상속 등이 자유롭다. 또 임금도 사회보험료를 포함해 최저 노임 57.5달러, 임금인상률도 연 5% 이내로 규정함으로써 중국과 베트남 등과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통해서 국내 기업들도 잘 알고 있다시피, 중국의 임금 수준은 이제 경쟁력 있는 수준이 아니며 북한 노동자들의 생산성도 우수하기 때문에 임금상승과 경영조건의 악화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업들에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소득세는 14% 수준인데 IT 등 첨단 기술분야의 기업들은 10% 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통행과 통신·통화의 보장을 통해 무비자출입, 무관세, 자유송금 보장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건을 바탕으로 남북 경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IT산업의 협력에 대해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 부문에 있어서는 국제적으로 이른바 바세나르협정이 규정한 전략물자 반입제한이라는 장애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큰 걸림돌이며 IT산업, 특히 하드웨어 분야의 협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더 심한 규제를 받고 있다. 때문에 여러 제약조건에 비춰 초기에는 소규모로 출발해 점차 규모를 확대해 진행하는 쪽이 가장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비교적 규제가 적고 북한도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SW 분야에서의 접근이 우선적이며 초기에는 인력의 보완 관계를 활용해 협력해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북한은 10만명 이상의 SW관련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언어처리나 음성인식 등 특정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육과 생산성은 물론 역외기업활동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울러 SW산업의 속성상 기술인력의 잦은 이동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북측의 인력을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개발환경이 보장된다는 나름의 장점도 얻을 수 있다. SW산업과 관련해선 국내에서 낙후된 공단단지였던 구로공단을 구로디지털밸리로 만든 사례를 모델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 하드웨어분야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선은 시범적으로 단순 임가공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차원에서 LCD모니터의 양산을 연내 추진해 관련기업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서비스 분야의 교류협력 방안도 중차대한 과제다. 이에 대한 가장 선행적인 접근 방안은 통신망의 연결을 들 수 있다. 현재 관제통신망 2회선을 비롯해 금강산지구 개성공단, KEDO 신포지구를 포함해 모두 171회선이 북한과 연결돼 있다. 정보통신망은 군사분계선까지는 광케이블이 매설돼 있지만 이를 북한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망의 연결은 철도나 도로보다도 더 큰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때문에 국제전화방식의 간접연결과 광케이블의 직접연결을 포함, 한반도 초고속통신망 구축 사업 부문도 전략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경협사업은 현대아산만의 사업도 아니고 정부와 대기업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국가 중대사업이다. 남북경협은 대북지원과 더불어 남한 기업들의 경제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상호수혜적인 의미도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리=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