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은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입니다.”
가와이 토모지 오사카대 교수(58)는 나노기술은 현재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응용되고 있는 현재의 기술이라며 나노기술이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미 우리가 아는 요구르트와 샴푸, 세탁기 등에 나노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노기술을 마치 공상과학에나 나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데서 벗어나 모르는 사이 생활에 파고 드는 기술로 인식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가와이 교수는 일본 오사카 대학 산업과학연구소에서 생물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나노 물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일본 문무성에서 나노기술 총괄 연구자를 하고 있으며 나노텍 일본의 조직위원장으로 일본 나노기술계를 이끄는 인물이다.
“나노기술은 자체적으로 다양한 물성을 갖는 새로운 소재로 개발되는 것은 물론 바이오기술과 결합해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동경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분자수준의 물질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물성 탐구 분야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그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나노기술과 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분야다. 풀러렌을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헤럴드 크로토 교수 등 최근 많은 나노기술 연구자들은 나노기술의 진정한 응용 분야는 바이오분야라는 데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 가와이 교수 역시 같은 맥락으로 나노기술을 이용한 바이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오사카대 우수연구센터(Center of Excellence)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연구 목표는 초고감도의 5감을 느끼는 센서와 이를 연결하는 뇌로 구성된 센서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가 개발하려는 마이크로 다기능 센서는 뇌와 같이 느끼고 학습하고 기억하는 기능을 한다.
그의 이론은 살아있는 인체에서 거부감없이 작동하는 원자 크기의 프로세서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억을 하는 뇌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의 5가지 감각을 아주 정밀하게 느끼는 센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생명을 모방하는 나노 기술이 그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연구분야라는 것이다.
바이오 기술과 융합하는 나노기술은 그 효용성이 배가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센서 외에도 그는 제 2세대 바이오칩으로 불리는 전기적으로 측정하는 바이오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나와있는 바이오칩이 단순히 DNA을 유리기판에 붙여 반응을 보는 것과 달리 그가 생각하는 것은 전기적으로 측정하는 장치다.
“극미세 탐침을 이용한 SPM(Scanning Probe Microscopy)과 투과형 전자현미경(TEM)의 발전으로 과학자들에게 나노 크기의 물질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런 기술로 DNA에서 나노 결정, 풀러렌 등을 연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이런 나노기술을 둘러싼 장비들의 개발로 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조류독감 등 전 세계인을 긴장시킨 신종 전염병 감염 여부를 그 자리에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개발하는 바이오칩은 스캐너없이 칩 하나만으로 질병의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장치로 휴대하기 간편한 형태다.
“일본에서 나노기술의 의미는 미래의 전자공학과 컴퓨터 기술에 쓰이는 반도체나 무기질에 사용되는 나노구조의 형성기술로 통합니다. 또 나노미터 레벨에서의 측정장치개발 기술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반도체와 전자 등 일본과 한국의 산업의 유사점이 많다며 사람들이 나노기술을 한쪽 분야에만 응용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기업들의 나노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가 대단합니다. 대표적으로 연간 매출액 700억 달러의 히타치 중앙연구소는 중장기 연구의 25%를 나노기술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가와이 교수는 일본의 거대 기업인 히타치와 NEC, NTT, 후지쓰, 소니 등의 나노기술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일본 연구자들은 응용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나노 세계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를 주로 수행해 나노세계 관찰용 분석기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나노기술 연구자들은 세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와 전자 등 기존에 발달한 사업에서 나노기술의 활용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봅니다.”
그는 서울대 국양 교수를 비롯해 한양대 이해원 교수 등 한국 과학자의 이름을 꼽으며 국내 나노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많은 한국 연구자들이 당장 상업화가 가능한 응용분야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며 나노과학을 통한 기반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지만 한국은 기반 기술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해 탄탄한 기반을 쌓아야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 나노기술 연구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세계는 원자에 의해 다시 만들어 질 것입니다.”
그는 나노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에 함께하는 세상이 도래했다며 나노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한 후 기술을 더욱더 발전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뜻을 비쳤다.
◆일본 나노연구 광반도체 집중공략
일본의 나노기술 연구기술 개발방향은 상당부분 반도체와 전자·전기 산업적 응용에 집중돼 있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전자산업계는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전자 분야의 나노기술 확보에 총력전을 펴고 있어 향후 산업 판도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연구진들은 크게 △광반도체 분야 △극미세 탐침을 이용한 SPM(Scanning Probe Microscopy) 분야 △탄소나노튜브 등 3개 분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광반도체 분야는 현재도 시장 규모가 다른 분야보다 크지만 앞으로 광통신 디바이스와 광반도체 시장이 더욱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광기록용 분야에서의 상대적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이 분야 선두주자인 일본은 고밀도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저 파장 영역레이저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나노크리스털 등을 실용화시키기 위해 나노레벨에서의 구조제어와 제조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통신용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은 미국에 비해 다소 뒤지는 입장이나 송수신소자의 초고속광원, 파장다중광원, 저비용링크부품 등의 성능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나노기술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장비 분야도 일본 나노연구의 중요한 부분이다.
SPM은 나노 재료를 관찰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나노사이즈의 미세가공, 리소그라피(Lithography), 나아가 기록기술의 기반기술로서도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가공용 미세가공기술이나 정밀제어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 그룹에 있는 점을 활용, SPM의 프로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SPM의 응용기술분야에서 미국·유럽과 동등한 기술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높은 효율의 원자·분자의 나노 핸들링 장치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은 또 탄소나노튜브를 처음으로 발견한 나라인 만큼 CNT분야 역시 주력 연구분야로 설정하고 있다. CNT는 나노재료 응용레벨에서 관련이 깊은 신 재료로 연구활동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연구진들은 고가의 현재 사용되는 탄소나노튜브가 아닌 저렴하고 구조 결함이 적은 탄소나노튜브의 제조기술 확립에 힘쓰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를 전계효과디스플레이(Field Effect Display)에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탄소나노튜브는 고분자복합재료 분야에 대량으로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높은 강성 및 강도를 가지는데다 경량으로서 대전방지성을 가지므로 항공기용 재료로도 사용이 가능해 이 분야 응용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가와이 토모지 교수소개
일본의 대표적인 나노기술 연구자인 가와이 토모지 교수는 1974년 도쿄대학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오사카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또 오사카대에서 나노와 바이오 기술 간 융합을 연구하는 국제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일본 나노텍 조직위원장을 하고 있다.
그는 구리Cu(111) 표면에 증착시킨 생화학 분자 중의 하나인 아데닌(adenine)이 스스로 자기조립하는 현상(self-assembly)을 주사터널링 현미경(STM)을 사용해 관찰하는 DNA 나노기술분야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가와이 교수는 분자들이 스스로 자기조립하는 현상(self-assembly)에 관한 기술적인 응용에서의 관심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형성 메커니즘의 원인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DNA분자를 사용해 생명현상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 자기조립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