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우리은행(은행장 황영기)이 30일 은행권과 금융IT업계가 예의주시한 가운데 차세대 전산 시스템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2000여 억원이 투입된 우리은행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은 은행권 전산시스템의 핵심인 계정계 코어뱅킹시스템을 비롯해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고객관계관리(CRM)·여신종합관리시스템(CRMS) 등 정보계와 방카슈랑스, 업무프로세스혁신(BPR) 등을 아우르는 초대형 시스템으로 그동안 성공적인 가동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약 2년간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해 온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정보시스템(우리금융그룹 IT 자회사)은 지난 추석연휴 닷새 동안 시스템 전환 작업을 진행, 30일 오전 첫 서비스에 나섰다.
◇가동 첫날, 절반의 성공=이날 오전 8시부터 가동된 차세대 시스템의 성적표를 받아 본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정보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은 성공적인 가동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른 시기지만 혹시 모를 최악의 사태인 주전산시스템의 가동중단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업점 여수신 창구거래와 텔레뱅킹 등의 안정적인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오전 10시에 지연 개통된 인터넷 뱅킹 서비스와 일부 자동화기기의 장애로 타행이체, 현금인출, 카드 결제 등 금융거래 고객의 불편이 야기돼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우리은행의 인터넷 뱅킹은 개통 후 약 1시간동안 입출금·계좌이체 등의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 장애가 수정된 오후에도 일부 고객은 로그인, 조회, 입출금 과정에서 나타난 속도 지연으로 인해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금융거래에 나서야 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또 오후들어 일시적으로 발생한 자동화기기의 장애는 4시 45분께 정상화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추석 연휴 이후 자금 수요와 월말·분기말 결제 등에 따른 트랜잭션이 한꺼번에 몰려 인터넷뱅킹 시스템에 일시적인 과부하가 발생했다”면서 “다른 업무와 서비스는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인터넷 과부하도 최대한 이른 시간내에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이날 각 영업점의 마감시한을 오후 6시로 연장, 운영했다.
이날 차세대 시스템은 전국 850여 개 영업점에서 발생한 약 1200만건(오후 5시 30분 현재)의 거래를 처리했으며 초당 1200여 건의 트랜잭션을 소화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영업점 창구거래 폭주에 대비해 ‘하드웨어 종량제(COD:Capacity On Demand)’를 적용, 예비 하드웨어를 링크해 집중된 거래량을 소화하도록 했다.
◇시스템 안정화가 관건=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은 약 3개월 정도의 안정화 기간을 거쳐야 성패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시스템 개통 이후 일주일은 다양한 돌발 변수를 가진 실제 금융거래 수요를 맞아 전체 시스템의 유연성을 최대화해야 하는 시기인 탓에 은행 전산조직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다.
본 시스템 개통에 앞서 우리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은 수차례에 걸쳐 전 영업점 테스트와 점검에 나서지만 예측 불가능한 금융거래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개통 시기에 즈음해 금융 환경 및 수요 변화를 철저하게 예측, 분석하고 이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장애요인의 사전 최소화, 영업점 직원의 조작 숙련도 제고 등으로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