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듀폰 등 양사가 동박적층필름(FCCL) 생산 법인인 SD플렉스를 설립키로 합의함에 따라 국내 업체는 물론 일본 수입 업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LG화학·두산 전자BG·한화종합화학 등 대기업들이 진출한 판에 또 다른 막강한 업체가 등장,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3분기께 SD플렉스가 몸을 풀고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경우 시장 구도에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지, 특히 그동안 FCCL 시장에서 마이너 리그에 몸담아왔던 듀폰이 이를 계기로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왜 합작했나=전자재료 사업을 확대하고 기능성 필름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강화하려는 제일모직과 삼성이라는 막강 파트너를 통해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듀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우선 2006년 세계 FCCL 시장은 6800억원 규모로 휴대폰과 디스플레이의 수요 증가로 연평균 성장률이 35∼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같은 해 국내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제일모직은 휴대폰·LCD·PDP 등 주요 디지털 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FCCL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고 기술 협력을 통해 향후 FCCL 외에 ACF 등의 고기능성 필름소재 개발에도 힘을 받게 됐다. 또 FCCL의 원재료로 듀폰이 독점하다시피 한 폴리이미드(PI) 필름의 수급에도 유리할 전망이다.
제일모직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제휴는 듀폰과 삼성 계열사 간 첫 합작사 설립”이라며 “향후 선진 소재업체들과의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듀폰으로서도 휴대폰·LCD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삼성과 보다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다. 또 세계 전자산업의 생산 중심지로 떠오른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듀폰은 향후 국내 FCCL 시장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어떻게 운영되나=합작 법인은 이르면 이달이나 11월 중 설립된다. 두 회사는 각각 3명씩 이사를 파견, 이사회를 구성하고 공동대표를 두되 초대 사장은 제일모직 측에서 맡기로 했다. 인력 구성은 아직 미정이나 양측에서 일부 인원을 보내고 신규 채용도 실시키로 했다. 라인은 구미의 제일모직 전자재료 생산기지로 잡았다. 내년에 월 10만㎡ 규모로 생산에 들어가며 2009년에는 월 40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10만㎡는 휴대폰 800만대에 쓰일 수 있는 분량이다.
◇파장은=LG화학·두산 전자BG 등 국내 업체들은 제일모직과 듀폰의 FCCL 시장 동반 공략으로 내수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지만 국내 업체보다 일본 수입 업체에 미치는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2층 FCCL 시장의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가 사용하고 있고 신일본제철이 이 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어 일단 삼성전자 물량을 놓고 기존 업체인 신일본 제철과 신생 업체인 SD플렉스의 경쟁 구도로 압축될 공산이 크다.
업체 한 관계자는 “듀폰은 국내 FCCL 시장에서 일본 신일본제철·대만 신플렉스 등 업체의 공세에 밀려 브랜드 인지 대비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에 머무는 등 마이너 업체로 활동해왔다”며 “삼성 관계사란 이점을 살려 삼성전자 2층 FCCL의 수요를 적극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LG화학·두산전자 BG 등 국내 업체들은 SD플렉스와 동일한 규모로 연내 FCCL 생산 설비를 조기 가동하는 등 후발 주자보다 한 발 앞서 영업 활동을 적극 전개, 내년 3분기 시작되는 SD플렉스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안수민·한세희기자@전자신문, smahn·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