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설비투자 감소·저금리 기조 지속 등에 따라 대규모 유동자산을 확보하게 된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처 발굴 및 미래 캐시카우 확보 차원의 우량 벤처기업 사냥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IT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을 포함, A사·D사·H사·G사·S사 등이 벤처캐피털업체를 통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유동자산을 우량 벤처기업 인수에 투자키로 확정, 구체적인 인수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최근 분위기에 대해 스틱IT벤처 최병원 부사장은 “차기 수종사업을 확보하지 못한 대기업 대부분이 우수 벤처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성장엔진 확보차원에서 벤처인수전에 나서고 있는 A사는 현재 생활용품 및 유통업을 주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D사는 제철·제강에서 한우물을 파왔던 회사다. 이미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H사와 G사, 식품 전문업체인 S사도 기존 사업 이외 부문에서 새 사업을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00억원에서 5000억원 규모의 벤처기업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H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우량 중견 벤처기업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대부분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만한 비즈니스를 찾기 위해 노력중”이라면서 “투자비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5개 대기업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수 추천 의뢰를 받은 모 벤처캐피털업체의 관계자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벤처기업에 많게는 5000억원까지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육성 추세에 따른 신 수종산업 발굴 필요성과 함께 설비투자 감소 및 저금리 기조 유지 등으로 유동자산이 넘쳐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표 참조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이날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지난 6월 말 현재 현금성 자산(현금, 현금등가물, 단기금융상품 등)은 27조1066억원으로 1년 전인 작년 6월 말의 17조6941억원에 비해 무려 53.2%나 급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대기업들이 최근 몇년간 최대의 이익을 내면서 보유 현금은 크게 늘어난 반면 설비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며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향후 성장 원동력이 될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벤처 거품 여파와 경기 침체 등으로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 이 같은 입질의 실질적인 성사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 그룹의 수개 계열사로부터 벤처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S벤처캐피털업체의 심사역은 “대기업들은 경영권 인수에 나서고 있으나 어느 정도 안정권에 진입한 우량 벤처기업들은 투자 유치에 관심이 높아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승규·김준배기자@전자신문, seung·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