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은 ‘뮤’가 대만에 서비스된 지 만 2년이 되는 달이다. 웹젠은 지난 2002년 7월 대만 인스리아와 ‘뮤’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2002년 11월부터 상용화 서비스에 나서 처음으로 해외 서비스 시대를 연 바 있다.
대만에서 파트너사의 퍼블리싱 체제로 서비스를 시작했던 대만의 ‘뮤’는 웹젠의 자회사 웹젠타이완 설립을 계기로 지난 8월부터 웹젠에 의해 직접 컨트롤 되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가 해외시장을 직접 움직이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지난 9월 11일(토) 대만에서 열린 오프라인 이벤트 ‘911 뮤온라인 총동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개최된 행사로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이번 행사는 대만 진출 2주년을 기념하는 것과 함께 인스리아에서 웹젠이 최초로 100% 출자한 독립법인으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전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을 축하하고 대만 유저에게 이를 알리는 자리였다.
또 ‘적색풍폭’으로 명명된 ‘카오스캐슬 퀘스트’의 패치를 예고하고 간담회를 통해 유저의 의견을 수렴하는 행사로 기획됐다.
# 전날부터 유저 집결
행사 예정일로 잡힌 주초부터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의 하늘은 짙은 먹구름을 드리운 채 비를 뿌리고 있었다. 양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기상 때문에 행사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행사 전날 저녁부터는 조금이라도 행사장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는 유저들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타이베이 시정부역(市政府站) 옆 임시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마련된 붉은 천막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산을 든 유저, 비옷을 입은 유저뿐만 아니라 배가 꽤 불러온 임산부까지 남편과 함께 나와 내일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 진행자들 사이에서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찾아와준 유저들로 인해 당일 행사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 이런 일이···. 행사 당일인 9월 11일 새벽부터 퍼부은 장대비는 대만 전역에 걸쳐 800mm 이상의 살인적인 강우량을 기록, 20% 이상이 침수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현지 TV에서도 내내 ‘911 대홍수’라는 제목으로 특별방송을 내보내고 있었으며 행사 진행자들은 새벽까지 기다린 유저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 후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야 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은 11일 아침까지 계속됐다. TV 뉴스 프로그램에 나온 취재기자는 비옷을 입고 머리부분만 내놓은 채 시내 곳곳의 침수상황을 중계하고 있었다. 행사를 치를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 대홍수에도 유저 몰려
그렇다고 행사 준비를 멈출 수는 없었다. 전날부터 기다린 대만의 ‘뮤’ 열성 팬을 위해 진행요원들은 아침부터 행사장으로 나와 무대를 설치하고 행사장 안팎에 배너와 테이블, 기념품 등을 차곡차곡 옮겨놓고 있었다. 공연을 맡은 안무 팀은 일찌감치 무대에 올라 손발을 맞췄으며 코스튬 플레이를 보여줄 모델들과 사회를 맡은 대만 인기MC 황자교씨까지 속속 행사장에 도착했다.
행사 장소로 선택한 곳은 대만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클럽으로 타이페이 시청에서 차로 약20~30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이 지역에도 비는 계속 내렸지만 침수상황이 많이 호전된 덕에 행사를 치르기엔 무리가 없다는 내부 판단이 내려졌고 행사를 강행하기로 했다.
클럽 모스(MOS)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카오스캐슬로 침투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고 조명이나 무대, 주변시설도 잘 갖춰줘 있어 행사를 치르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입장을 기다리는 유저들은 사전 공지대로 본 이벤트의 컨셉에 맞게 거의 대부분 붉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으며 전철에서 행사장까지 특별 운행하는 ‘뮤’ 전용 셔틀버스로 유저들이 속속 행사장에 도착했다.
# 다양한 이벤트 눈길
행사는 대만의 TV프로그램 인기MC인 황자교씨가 사회를 맡았으며 오프닝 쇼, 패치 내용 설명, 유저간담회, 보석 바르기 이벤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국내 유저들은 이미 한번쯤 맛 보았을 카오스캐슬 퀘스트의 흥미진진한 동영상 시연에 대만 유저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유저들은 코스튬 플레이와 보석 바르기 이벤트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아이템에 대한 욕심은 대만이나 중국이나 같은 듯).
대만에서 처음 공개된 흑기사, 흑마법사, 요정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 3명의 모델은 카메라 세례를 받느라 정신없었다. 보석 바르기는 추첨을 통해 뽑힌 유저들을 무대로 불러 즉석에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행사로 이를 지켜보는 유저들의 부러움 섞인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예상 외의 악천후로 걱정스러웠지만 약 1500명의 유저가 빗줄기를 뚫고 행사에 참가해 국내 유저 못지않은 적극성을 보여줬다. 특히 일부는 전날부터 장사진을 펼치며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즐기고 행사 후엔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담이지만 대만에는 별다른 놀이 문화가 없다. 특히 활성화된 대규모 행사는 한국 온라인게임 이벤트가 대부분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놀이문화의 장을 만들어 나가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선진성을 보여줬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