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훈의 중계석]당신이 모르는 게임리그의 비밀(9)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개구리가 되면 다 그런 법이다. 문제는 개구리가 연못을 헤엄쳐 다니느라 다른 올챙이가 개구리 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되는 것이리라.

그 동안 여러 차례 이런 저런 장소에서, 혹은 이 지면을 빌어서 한국 e스포츠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개중에는 우스개 소리도 있고, 대견함을 느낄 대목도 더러 있었다. 돌이켜 보건대 필자에게 한국 게임리그는 무엇이던가? 쉬이 대답하지 못하거니와, 그러나 덜컥 가슴이 울컥거리는 대상임을 고백한다.

필자가 국내 최고의 게임리그 캐스터 자리를 움켜쥐고 잘나가던 때 느닷없이 `스타리그`를 그만둔다고 했던 일이 아마도 필자의 최근 몇 년간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비밀 아닌 비밀’이었을 게다.

당시 필자는 스타리그를 비롯해 서너개의 게임리그를 진행하고 있었다. 마니아들은 다 알리라. 그 가운데는 스타리그처럼 인기 절정의 리그도 있었지만, 관중이라고 고작 선수 친구들 대여섯이 모여드는 초라한 대회도 있었다. 하기야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만한 엄청난 성공케이스가 어떻게 그리 쉽게 만들어 질것인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비단 게임리그만의 일이 아니라 아테네 올림픽에도 있는 일 아닌가?’라고 한들 누가 시비를 걸 것인가마는, 필자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한국 게임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인가? 게임리그가 재미있다, 감동적이다를 밥먹듯 되풀이하면서 하는 사람이든 보는 사람이든 게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 게임리그가 대단 뻑적지근한 콘텐츠라고 침을 튀며 호객행위를 했던 사람들 아닌가?

브라운관에서는 웃는 낯으로 그리고 감언이설을 늘어놓고 돌아서서 ‘역시 스타말고는 안돼!’하며 변명을 늘어 놓는다면 일을 떠나 양심에 털이라도 나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봉 수억을 받으며 수십만의 환호를 받는 스타 플레이어나 우울한 얼굴로 이제나 저제나 다음 시즌이 열릴 지 아니면 열리지 못할 지를 걱정하는 선수나 모두 똑같이 자신의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승부사’다. 그리고 그들이 황금을 주어도 바꾸지 않을 젊음의 한토막을 뚝 잘라 이곳에 바치는 열정의 숭배자임에 틀림이 없다.

누가, 뭐라든 대중은 더 재미있는 것, 더 감동적인 것에 눈길을 주게 마련이다. 설혹 그것이 덜 인기있고, 미래가 덜 환히 보일지라도 누군가는 그곳에 있어야 할 일이다. 그것 마저도 아니라고 고개를 저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찍이 필자는 인기절정의 게임리그를 버리고 나왔다. 그것이 ‘그 때나 그 전이나 내 눈에 모든 선수들의 모습에서 올챙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면 알아줄 사람들이 있을라나?

<게임케스터 nouncer@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