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모든 것이 풍요롭기 만한 추석이다. 이번 추석은 주 5일근무제가 일반화된 상황이어서 길게는 닷새까지 놀게 된다. 한동안 못 봤던 일가친척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추석. 이번 추석 연휴에 게이머들은 어떤 게임을 즐길까.
추석 같은 명절 때에는 뭐니 뭐니해도 국민게임인 ‘고스톱’이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오죽하면 ‘한국 사람은 셋만 모이면 고스톱 판이 벌어진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고스톱을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고스톱 열풍은 어느 때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이 온라인 리서치 전문업체인 엠브레인과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10대 이상 남여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게임 이용현황 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이용한다는 응답자(1927명) 10명중 6명꼴인 58.9%가 고스톱과 포커를 가장 선호하는 게임으로 꼽았다.
또 최근 네오위즈의 게임포털 피망이 지난달 30일부터 1주일간 19세 이상 성인 게이머 4044명을 대상으로 ‘추석연휴에 어떤 게임을 즐기겠냐’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6%인 1446명이 온라인 고스톱(맞고 포함)을 꼽았다.
또 오프라인에서 고스톱을 즐기겠다는 응답자는 26%(1054명)에 달했다. 응답자 10명중 6명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추석 때 고스톱을 하겠다는 셈이다. 이에 비해 TV를 시청하고 휴식을 취하겠다는 응답은 22%(868명), 게임보다는 가족 친지들과의 대화로 가정의 화목을 다지겠다는 응답은 14%(549명)에 불과했다.
# 온라인 고스톱이 더 좋아
피망의 설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고스톱을 즐기겠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번 추석에는 모직담요를 펼쳐놓고 가족 친지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는 모습 대신 가족끼리 PC를 끼고 고스톱을 치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와 관련, 방화동의 김모씨(34)는 “밤새 똑바로 앉아서 고스톱을 치다보면 몸도 망가지고 돈이라도 잃으면 기분까지 상한다”며 “이번 연휴에는 인터넷에 접속해 부담 없이 잠깐 잠깐 고스톱을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고스톱, 특히 맞고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제는 고스톱하면 3명이 아니라 2명이 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됐다. 맞고가 인기를 모으는 것은 뭐든지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승부도 빨리 보고 싶어하는 G세대들의 취향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길동의 장모씨(22)는 “온라인에서 고스톱을 치려면 3명이 찰 때까지 기다려야하지만 맞고는 거의 바로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맞고는 신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만큼 온갖 경우의 수를 꼼꼼히 생각하고도 결국은 엉뚱한 패를 내고 마는 경로당(?) 고스톱을 치는 게이머는 외면 당하기 마련이다. 온라인 고스톱 인구가 늘어난 만큼 이번 추석 오프라인 고스톱 판에서도 꿈 뜬 게이머들의 설자리는 더욱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 사이버머니로 판이 벌어지기 때문에 수십만원, 수백만원은 기본이다. 온라인 게이머들이 관성에 의해 이번 추석 오프라인 판에서도 큰 판을 벌이지는 않을까. 추석의 의미를 잘 살려서 무리한 베팅은 삼가야겠다.고스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투게임 중 하나.
화투의 유래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왔다’ ‘우리 고유 놀이문화다’ ‘서양카드에서 유래됐다’는 등의 설이 있지만 아직 정설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일본에서는 화투 문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고스톱은 우리의 놀이문화로 완전히 정착됐고 일본에까지 수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화투는 일본의 화투와 여러 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고스톱에서는 광이 필수이지만 일본 화투에는 광이 없다. 또 화투 패의 그림도 일본 것은 투박한 반면 우리나라의 것은 이에 비해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고스톱의 규칙은 모험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성을 반영하듯이 승부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도록 만들어져 끝까지 누가 이길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다 모든 것을 뒤집어 쓰는 ‘독박’ 2배로 점수를 내는 ‘박’ 등이 바로 그것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