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문화부-정통부 MOU 진짜 내막은?

과연 문화부와 정통부가 손을 잡을 것인가.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해묵은 영역다툼을 부처간 양해각서(MOU) 체결로 종식시키기로 하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으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고래싸움’에 시달여온 업계로서는 이번에는 양 부처가 손잡고 산업육성에 힘을 실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양 부처간 업무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합의를 하고도 정작 실무자들이 룰(rule)을 어기면서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 부처 관계자들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에는 진짜 공정한 룰과 시스템이 합의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양 부처가 ‘MOU’라는 다소 독특한 제스쳐까지 써가며 화해의 움직임을 보이는 내막을 들여다 보면 나름대로 계산이 깔려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MOU가 문화 콘텐츠산업 육성이라는 대의명분보다는 또 다른 부처 이기주의가 반영된 ‘오월동주’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 왜 MOU인가

문화부와 정통부가 MOU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영역다툼에 따른 비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부처 이기주의가 공론화되면서 더 이상 영역다툼 문제를 방관하면 양 부처의 공신력이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양 부처 내부에서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국무조정실과 감사원마저 이중규제와 중복투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양 부처는 어쩔 수 없이 MOU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신임 국장급 인사들이 영역다툼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불합리한 규제보다 산업발전을 위한 연대를 강조하면서 화해 무드는 급류를 타는 양상이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이번 MOU에는 양 부처가 실속을 챙기기 위한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문화부가 연내로 제정키로 한 게임산업진흥법을 앞두고 정통부는 거센 반발이 예정된 터라 이같은 지적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화부는 이번 MOU로 게임산업진흥법 제정의 걸림돌을 해소하는 효과를, 정통부는 게임산업진흥법 제정 등으로 자칫 문화콘텐츠 주관부처가 문화부로 기우는 것을 미연에 막는 효과를 각각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 MOU 어떤 내용이 담기나

이번 MOU의 초점은 소모적인 영역다툼을 해소하고 산업육성을 위해 양 부처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에 맞춰질 전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영역구분보다는 쟁점이 되는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절차와 시스템을 만드는데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각론보다 총론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쟁점과 의제를 올려놓고 폭넓게 논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영역구분이나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보다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율할 수 있는 정책협의체와 같은 기구를 만드는 것이 주요 합의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통부 관계자도 “정책협의체 뿐 아니라 사안별 채널을 가동하고 이를 상설 기구화하는 논의가 급진전된 상태”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MOU가 체결된다면 그동안 논란이 된 중복투자나 이중심의 등 각종 현안을 양 부처가 합의할 수 있는 상설기구나 채널이 속속 만들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는 이미 지난 2002년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기본계획 수립 때에도 논의가 된 내용이라서 과연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의 MOU는 사실상 사안별로 양 부처가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부처간 실익 조율이 관건

양 부처의 MOU가 총론에 맞춰져 있지만 합의에 이르는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양 부처는 산업육성이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부처 실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기대하고 있는 까닭이다.

대표적인 쟁점으로 △게임산업진흥법 제정 △정보화촉진기금 디지털 콘텐츠산업에 투입 △콘텐츠 기술 개발 주관부처 등이 MOU와 별도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화부의 경우 게임산업진흥법을 연내 제정과 정보화촉진기금을 따내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정통부는 게임산업 주도권을 빼기지 않기 위해 게임산업진흥법 제정에 제동을 걸거나 그동안 주력해온 기반 기술영역을 확대해보겠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양 부처간 이해타산이 서로 부응해야 MOU 체결이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1년 정통부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진흥법(디콘법) 제정할 당시와 지금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내놓고 있다. 당시 정통부는 디콘법 제정에 문화부가 동의해주는 대신 정보화촉진기금 500억원을 문화부 산하 문화콘텐츠진흥원에 지원하는 대타협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부가 게임산업진흥법을 연내 제정한다는 방침을 밀어붙일 경우 정통부의 반발을 의식해 민감한 부분을 법에 명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정보화촉진기금을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투입하는 대신 정통부가 사업영역을 넓히는 타협안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부처간 영역다툼 때문에 산업육성 정책이 표류하는 것보다 양 부처가 대타협하는 것이 훨씬 실익이 크다”면서도 “산업육성이라는 대의명분보다 부처간 실익챙기기에 급급하면 MOU가 체결되더라도 문화부와 정통부의 영역다툼은 여전히 재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