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쉔무 온라인 개발 중인 스즈키 유 총감독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재가 아닌 진짜 ‘천재’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가 바글거리는 세가에서 입사해 2년 만에 아케이드용 체감 게임 ‘행온’과 ‘아웃 런’을 발표해 대성공을 거뒀으며, 모든 개발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3D 그래픽을 게임에 적용해 대전 격투 게임 ‘버추어 파이터’를 출시했다. ‘버추어 파이터’는 게임 업계에 큰 충격을 줬으며 수많은 개발자들을 좌절시키고 남코가 ‘철권’을 만드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작년 2월에는 AIAS(The Academy of Interactive Arts and Sciences)에서 선정하는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려 명실공히 정상의 게임 개발자로 인정받았다.

콘솔 게임계의 부동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스즈키 유가 이제 MMORPG를 만든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공을 들여 개발한 ‘쉔무’로 제작한다. 그는 “‘쉔무 온라인’은 ‘버추어 파이터’의 기술과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모두 담아 새로운 온라인 세계를 창조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 했다.

# ‘세계 최초’를 달고 다니는 사나이

지난 17일 방한한 스즈키 유는 특유의 사람좋은 미소로 등장했다. 그의 등장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 한국 기자들과 카메라 플래쉬에 익숙한 듯 쏟아지는 질문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툰 한국말로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말문을 연 다음 모국어로 “이렇게 환영해줘서 감사합니다. 나라가 다르니 역시 경치도 다르다”며 소감을 말했다.

스즈키 유는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자다. 지금까지 발표한 게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타이틀 하나하나가 게임사에 기록될 정도로 대작만 창조했다. 세계 최초로 체감형 게임 ‘행온’을 만들었고, 세계 최초로 3D 그래픽을 활용한 레이싱 게임과 대전 격투 게임을 개발했으며, 세계 최초로 무한 자유 시스템과 실시간 개념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쉔무’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라는 말은 스즈키 유의 앞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됐다.

세가에는 1983년에 입사했다. 입사하자마자 체감형 게임을 개발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이후 히트작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게임을 만들면 시리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작품에서 절반 쯤 마음에 들면 다음 작품에서 조금 더 만족스럽습니다. 100%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시리즈가 굉장히 많아야 할 것인데, 그런 상황이 되면 다른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아마 죽기 전에 마음에 쏙 드는 게임은 만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소리내 웃었다.

# 오래 전부터 온라인에 깊은 관심

그는 예전부터 온라인 게임에 깊은 관심이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작년 초 한국 기업의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도 ‘국내 PC방과 온라인 게임을 둘러 보기 위해서 왔다’고 했으며 얼마 전 개최된 ‘쉔무 온라인’ 발표회에서도 오래 전부터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 주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의 온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은 ‘쉔무 온라인’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됐지만 이미 ‘버추어 파이터 4’에서 대충 맛을 봤다. 아케이드형 ‘버추어 파이터 4’는 VF 카드를 별도로 제작해 유저가 겨루는 전적을 모두 기록, 인터넷 랭킹 서비스를 구축한 것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멀티플레이는 아니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유저들의 기록을 하나로 묶는 개념을 아케이드 게임기에서 창조해 냈다.

“‘쉔무 온라인’은 5년 동안 개발한 ‘쉔무’를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유저들이 각자 주인공이 되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새롭습니다. 또한 ‘쉔무’의 백미인 배틀 시스템은 ‘버추어 파이터’를 개발한 기술로 다시 작업하고 있어 유저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JC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개발 중인 ‘쉔무 온라인’은 드림캐스트의 걸작 ‘쉔무’가 기본 토대다. 기본 스토리와 전투 시스템, 방대한 맵 등이 그대로 사용되며 다양한 요소를 새롭게 추가해 또다른 ‘쉔무’의 세계를 창조할 계획이다.

“커뮤니티와 레벨 업 시스템, 아이템 교환 시스템 등 MMORPG의 기본 틀은 유지됩니다. 하지만 원작의 150개 이벤트에 150개를 더해 총 300개의 이벤트가 게임에 삽입됩니다. 일반 패키지 RPG보다 두 배나 많은 양입니다”

 스즈키는 이 게임에 3개 종족이 등장하며 정통 중국 무술을 사용하는 종족과 협객으로 불리우는 스트리터 파이터 스타일의 종족, 중국의 기공과 마술을 사용하는 신비한 종족 등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NPC와 몬스터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쉔무’의 세계관에 가장 알맞은 형태로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유저들을 위해 전투 기술에 태권도를 삽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중국 대륙을 호령하는 태권전사의 모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쉔무 온라인’은 올 해 말 개최되는 대한민국게임대전에서 처음 그 모습이 드러낼 예정이다.

#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

스즈키 유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게임을 만들 때 항상 즐거운 마음과 태도로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손으로 창조하는 작품이 유저들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개발자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게임이란, 노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창작자의 마음가짐도 즐거워야 한다는 소리다. 한국의 많은 게임 개발자들에게 성공의 비결이나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실패한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실패했다고 해서 내일도 모레도 계속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게임 개발이라는 것은 대부분 실패의 연속입니다. 실패가 거듭되다가 포기하기 직전 성공하는 것이죠.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붑니다. 그런 것이 성공의 바탕이 아닐까요.”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