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과 매형. 비록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정말 가까울 수밖에 없는 사이다. 한슬소프트에서 처남과 매형이 리듬액션 게임인 ‘캔뮤직’을 함께 개발하고 있어 화제다.
같은 꿈을 공유하면서 친형제 이상으로 우애를 나누고 있는 매형 구름(24)씨와 처남 황찬주(22)씨를 만나 이들이 사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슬소프트의 개발팀장인 구름씨와 프로그래머인 황찬주씨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구 팀장이 지난 2002년 황씨의 누나와 결혼하면서부터. 이듬해 3월 구 팀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황씨가 한슬소프트에 합류하면서 이들은 보통 처남 매부 이상의 사이가 됐다.
“누나보다 매형 보는 시간이 더 많아요. 밤 11~12시 퇴근하기 일쑤고 걸핏하면 밤을 새기 때문에 매형하고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셈이죠.”
황씨뿐 아니라 구 팀장 역시 부인보다 처남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단다.
구 팀장이 황씨를 같은 회사로 끌어들인 것은 황씨가 여러가지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임 전문가인데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회사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인력인 처남을 설득하기 위해 단둘이서 소주 9병을 마시기까지 했다고 한다.
게임 개발자들은 대체로 술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한슬소프트의 경우도 1년에 술 먹는 회식이 한 두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라고 하니 구 팀장이 처남을 데려오기 위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처남이 술마시면서 얘기했던 것이 ‘웹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잘 아는 분야여서 가르쳐주고 싶었고 또 처남한테서는 게임에 대해서 배우고 싶었어요.”
사람 좋아보이는 구 팀장은 처남이 이제는 웹까지 능통하게 돼 자신의 자리를 점점 빼앗아가고 있다고 너스레다.
# 가족 모이면 음악잔치 열려
“처가에 식구들이 모이면 ‘캔뮤직’에 사용된 가상오케스트라 엔진인 ‘보스(VOS)’와 드럼, 키보드, 컨트로러 등을 연결해 놓고 잔치를 벌어집니다”
처남과 매형이 모두 게임 일을 하는 만큼 온가족이 모이면 음악게임잔치가 열리기 마련인데 아이들의 적응이 빨라 어른들보다 더 잘한다고 한다.
처남 매형이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 좋을 때도 있고 때로는 불편할 때도 있는 법이다.
“회사에서 밤샘작업을 할 때 ‘처남도 같이 밤샘을 한다’고 하면 와이프가 흔쾌히 ‘알았다’고 합니다.” 구 팀장은 처남 때문에 부인이 회사 일에 대해 이해를 많이 하는편이지만 대신 회사 일을 핑계로 딴 짓 하는 것은 어림도 없단다.
구 팀장과 처가 집은 모두 방이동이다. 회사가 문제 생기면 가까운 곳부터 전화를 하기 때문에 회사가 방이동에 있을 때 구 팀장은 퇴근 후에도 처남과 같이 처가에서 밥 먹고 다시 회사로 나가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친형제 이상으로 돈독한 사이지만 의견 대립이 있을 때도 자주 있다. 구 팀장은 팀장인 만큼 수익과 연결시킬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중요시하는 데 비해 황씨는 프로그래머로서 게임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리듬 액션게임은 이렇게 이렇게 때려야지’라고 말하면 매형이 ‘커뮤니티가 중요해’라고 말을 막아요.”
황씨는 주로 매형에게 설득을 많이 당하는 편이라고 한다. 누나에게 가끔 이르기도(?) 한다는데 결혼 초기에는 자신의 편을 들어 주던 누나가 불과 2년 만에 태도를 싹 바꾸는 바람에 섭섭하단다.
# 함께해서 더욱 안심
“보통 개발자들이 그러듯이 고집이 센 편인데 한번 ‘아니다’하면 도저히 꺽을 수가 없어요. 회의 때도 자기 주장이 있으면 받아들여지거나 회의가 끝날 때까지 주장을 펼칩니다.”
구씨는 처남에 대해 단점이 없는 것이 단점이라고 추켜세운다.
“매형은 항상 허둥지둥하는 법이 없고 문제 처리가 빠르기 때문에 함께 하면 안심이 됩니다”
황씨의 매형에 대한 칭찬도 끝이 없다. 구 팀장은 회사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이며 사장과 직원들간의 의견마찰도 잘 풀어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매형한테 야속한 것은 회의 때 뭔가 주장을 하면 가끔 처남이라고 얘기는 듣지도 않고 무조건 ‘그만해’ 하는 식으로 무시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황씨는 매형이 요즘 들어 게을러져서 일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불평이다. 이에 대해 구 팀장은 의심이 많고 사람을 잘 안 믿지만 처남에게 일을 하나씩 맡겨보니 척척 잘 해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항변한다.
구 팀장은 PC 게임을 좋아하는데 비해 황씨는 콘솔게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특색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구 팀장이나 엽기적인 게임을 좋아한다는 황씨나 세계 최고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일념 만큼은 같아 보인다.
이들은 오는 10월 ‘캔뮤직’이 인터페이스부터 모든 것을 싹 바꾸니 많이 이용해 달라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