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부룩소 장태성 마케팅 본부장

게임판에는 기자출신들이 참 많다. 게임 자체가 좋아서인지, 게임산업의 성장성에 매료된 것인지 게임 개발사 CEO에서 부터 기획, 홍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히고 있다. 최근엔 아예 게임 관련 기업을 창업하거나, 관계 기관에 까지 발을 발을 뻗치는 등 기자 출신이 그야말로 게임판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스펠메이지’(www.spellmage.com)라는 이색 온라인 트레일러 배틀게임의 마케터로 맹활약 중인 부룩소의 장태성마케팅본부장(38). 그 역시 기자 출신이다.

92년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한 장 본부장은 95년 월드전자신문을 통해 언론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그의 일선 기자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오히려 캠퍼스라이프(97년), 젝시틴틴(98년), 인터넷포털젝시(99년) 등의 매체를 잇따라 창간하며 편집장으로서 활동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새로운 매체를 창간하며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케팅의 기본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던 것이라고나 할까.

# ‘스펠메이지’와의 인연

장 본부장이 기자에서 ‘스펠메이지’ 마케터로 변신하는데는 김광수 부룩소사장과의 인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물론 그 자신이 정보기술과 문화 역량이 융합된 온라인게임 분야의 매력에 빠져있었기도 했지만, 김 사장과의 만남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평소 지인이었던 김 사장이 사업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주저없이 동참을 결정했습니다. 김 사장은 저의 오랜 친구의 석사 동기인데다 둘다 문학과 철학에 대한 열망, 문화적 취향 등 비슷한데가 참 많았습니다. 서로 인간적인 매력에 끌려 의기투합한 셈이지요.” 2000년 부룩소를 창업한 장본부장과 김사장은 이후 결혼도 같은 해에 하고, 지금도 같은 동네에 살 정도로 남다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CEO인 김 사장과 뜻을 같이하며 잘나가던 PDA용 애플리케이션 사업이 PDA의 시장 형성 실패로 쓴맛을 봐야했던 것.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온라인 게임. 정보기술과 문화역량이 융합된 온라인 게임은 매우 매력적인 사업 분야로 향후에도 얼마간은 더 좋은 아이템을 찾기 힘들다는 판단한 것. 그러나 남보다 늦게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살 길은 오직 ‘새로운 것’ ‘특이한 것’ 뿐이라 생각했다. 이렇게해서 탄생한 것이 세계 최초의 MMO트레일러 배틀게임 ‘스펠메이지’이며, 그는 ‘전도사’를 자처했다.

# 기자출신의 ‘마케팅학 개론’

학교에서 마케팅학을 전공한 전문 마케터는 아니지만, 장 본부장의 마케팅에 대한 감각은 남다르다. 나름의 철학이 있다. “마케팅은 시장과 회사의 인터페이스입니다. 그만큼 시장 정보를 민감하게 흡수해 개발에 반영해야 하며, 회사가 만들어낸 상품을 시장에 효과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마케팅은 개발 단계부터 개입돼야 합니다. 마치 선단이 고기를 잡기 위해 어군 탐지기로 어디에 고기가 많이 몰렸는지 알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그는 ‘진정한 시장의 요구는 유저 자신 조차도 모를 수도 있다’는 점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저들이 스스로 느끼는 피상적인 요구는 현재 유행하는 게임의 영향을 받아 맹목적으로 치우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그는 “이같은 피상적 요구의 한 층 밑에 숨어 있는 유저들 자신 조차 직접 깨닫지 못하는 진정한 요구를 파악해낼 줄 알아야 바로 ‘(마케팅)고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이미 (기자)출신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전문 마케터로서 장본부장은 고대 중국의 여불위를 특별히 존경한다고 했다. 여불위는 저잣거리를 헤매던 몰락한 진의 왕족 장양왕(진시황)을 도와 천하통일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 중국 최고의 장삿꾼으로 불린다.

 “여불위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기화가거(奇貨可居)’. 즉 신기한 물건이라면 비싸도 산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몰락한 왕족에 천금을 아끼지 않고 투자했던 것입니다. ‘스펠메이지’는 게임의 기화입니다. 이처럼 독창적이며 재미있는 게임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마케터로서 ‘스펠메이지’를 볼 때 여불위가 장양왕을 보았을때 같은 흥분을 느낍니다.”

# 꿈은 ‘e스포츠 전도사’

“‘스펠메이지’ 마케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유저의, 유저를 위한, 유저에 의한 마케팅입니다. 마케팅의 주체가 유저란 얘기입니다. 실제 ‘스펠메이지’ 속에선 신입 유저들을 정성껏 가르쳐주는 유저, 친구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브로셔를 보내달라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유저에 의한 마케팅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단기적 이익에 연연치않고 유저들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고객은 왕이라는 말처럼 온라인 게임은 유저들과 함께 키워가야 합니다.”

장 본부장은 이같은 유저의 파워를 바탕으로 앞으로 ‘스펠메이지’를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e스포츠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게임은 기획단계부터 e스포츠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 승자에게 명예를 주는 전략의 대결과 자신만의 게임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점, 게임 플레이 만이 아니라 관전까지 재미있다는 점에서 ‘스펠메이지’는 e스포츠로서의 최적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e스포츠 강국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즐기는 많은 e스포츠 게임은 외국에서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아니면 적어도 외국에서 만든 게임을 모방한 것들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용 자가 발전은 가능할지 몰라도 전 세계를 상대로 우리가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커 나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스펠메이지를 통해 우리나라가 e스포츠의 소비 강국이 아닌 생산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