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경제활동만 이뤄진다고 해서 산업이라고 할 수 없다. 생산시스템뿐 아니라 기반시설· 자본의 발달이 함께 이뤄져야 나름대로 산업 구조를 갖춘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 가운데 하나라도 무너지면 산업은 와해된다. 시대와 세월에 따라 산업이 명멸하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다.
게임의 경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생산과 기반 시설은 잘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뛰어난 IT 인프라와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신작 게임들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서비스를 포함한 자본의 발달은 상당히 왜곡돼 있는 실정이다. 1인 체제 혹은 친족간의 경영이 적지않고 서비스라는 것도 말 그대로 작품 서비스 수준이다. 특히 전문 경영인이 아닌 창업주에 의한 경영이 두드러지면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다.
창업주에 의한 경영은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정 단계에 올라서면 성장이 더뎌지고 자기 주장에 대한 맹신으로 패착과 실기를 자주 범한다. 잘 나가다가 한 순간에 사라진 유명 벤처기업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단계를 거치지 않고 급성장한 게임의 경우 패착과 실기는 바로 회사의 사활로 직결된다. 코스탁 기업인 A사는 전도를 내다보지 못한 CEO 한사람 때문에 바닥을 헤매고 있다. B사의 CEO는 자기 목소리만 강조하다 끝내 회사를 극단의 길로 밀어 넣고 말았다.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곳에서 기업의 흥망 성쇠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쓰러질 기업은 쓰러지고 살아 남을 기업은 살아남는 것이 시장 원리다. 중요한 사실은 엉뚱한 곳에서 일을 그르치게 되면 산업으로의 진입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점이다.
산업으로의 자리매김은 매우 긴요하다. 금융·세제 등의 혜택뿐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제도적인 차원에서 불러 모을 수 있다. 또 게임 산업을 보는 사회 인식도 크게 달라진다.
게임은 지금 산업 진입 단계에 있다. 생산(개발)시스템도 우수하고 기반시설도 남 부러울 게 없다. 관건은 투명한 자본과 경영인 것이다. 게임 아이템이 명실공한 산업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이 문제부터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전제하지 않으면 게임의 산업화는 요원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게임업계가 최근 자금 경색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단지 경기침체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만이라면 설득력이 없다. 지난 2∼3년 사이 게임계에는 엄청난 자금이 유입됐다. 웬지 박자가 안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항물이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업계가 서로 감시하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경영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우수하고 좋은 게임을 갖췄어도 친족경영 등 낡은 경영시스템으로는 시장에서 환영을 받을 수 없다.
게임의 산업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명실공한 산업으로 대우받기 위한 업계의 변화와 노력을 당부한다.
<편집국장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