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변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벌인다. SK텔레콤과의 정면 대결이 예상되는 융합서비스 시장이 다가오면서 각오는 더욱 결연하다. 유비쿼터스와 컨버전스를 화두로 광대역통합망(BcN) 인프라 고도화 전략과 휴대인터넷, 광인터넷(FTTH), 콘텐츠, 시스템통합(SI) 등 세부 전략도 세웠다. 주요 부문에 임원급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는 강수도 뒀다.
이러한 KT의 발목을 잡는 게 하나 있다. SK텔레콤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다. 바로 ‘KT 맏형론’이다.
아무리 이익과 거리가 멀어도 정부 정책에 1순위로 따라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의무가 KT엔 존재한다. 정부 지분이 1%도 없는데 왜 그러냐고? 이유는 ‘KT가 정통부의 장자니까’다.
‘KT 맏형론’은 업계에 폭넓게 퍼져 있다. ‘한국의 통신시장엔 아직까지 KT의 역할이 남아 있다’는 게 통신업계의 일반적인 정서다. KT가 ‘자잘한 이익’에 연연하기보다 통신 최고 기업답게 시장 파이를 키우고 새로운 통신서비스도 발굴해야 한다고 다른 통신사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KT 사람들은 “다 좋은 얘기지만 그럼 KT가 뭘 먹고 살라는 얘기냐”고 되묻는다.
맏형이라서 꼭 부담만 짊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자가 다른 형제와 달리 거의 어버이로 대접받듯이 KT는 주무부처인 정통부에 보조를 맞추면서 ‘보이지 않는 이익’을 얻어왔다. 이는 민영화 이후에도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취재원의 말을 곱씹어보게 된다. 정통부를 견제하는 자리에 있는 이 취재원은 여러 통신사업자에게 주무부처인 정통부의 실책과 이에 대한 불만을 알려달라고 이따금씩 요청한다. 이에 대한 대응에서 KT와 나머지 사업자는 크게 달랐다.
“다른 통신사업자들은 사업자 입장에서 불만을 정리해옵니다. 물론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신뢰가 바탕이 됩니다. 그런데 KT에 요청을 하면 정통부에서 먼저 전화가 옵니다. ‘문의 사항에 대한 정통부의 입장은 이렇습니다’라는 답변이 나오죠. KT가 정통부에 내용을 흘리는 거라고 봐야죠.”
통신 시장의 맏형 KT가 지금까지 주무부처인 정통부를 힘겹게 업고 다녔다면,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때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