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시장 성장의 견인차인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CAPEX)가 계속 답보상태를 보이는 것은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원동력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기에 신규 도입한 서비스들도 공전하고 있어 당장의 투자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WCDMA는 2개 사업권자가 올해 약속한 5000억원의 투자도 실제 집행이 미뤄지면서 4분기로 몰렸고 연말께 상용화 예정인 cdma 2000 1x EVDV도 WCDMA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정부가 새 해법으로 제시한 IT839 정책에 의한 가치사슬 구조는 장기 플랜이어서 당장 투자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유무선 결합, 통·방 융합 등 컨버전스 서비스는 규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투자 목표치도 어려울 듯=3분기 실적을 집계중인 통신사업자들은 내달 초 기업설명회(IR)에서 당초 투자 목표치를 다소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상반기 투자가 지연되면서 하반기에 몰렸으나 4분기까지 실질 집행이 가능한지를 조율중이다. 이미 하나로텔레콤이 2분기 실적발표에서 3800억원의 투자목표를 3000억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투자목표 수치를 낮추는 것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대정부 관계에서 부담이 되는 상황인 만큼 최대한 유지는 해보겠다는 의지다. 반면 올해 목표를 맞추기 위해 투자액을 집행하면 되려 내년 투자가 줄기 때문에 이도 쉽지는 않다.
통신사업자의 재무 및 전략담당 임원들은 “일단 올해 목표치는 맞춰 보겠지만 그러면 내년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 시계 제로=문제는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가 ‘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유지·보수나 기술변화에 따른 고도화 등은 당연히 추진해야지만 매출로 이어지는 투자가 안보인다는 것. 유선사업자들은 부가 및 컨버전스 서비스 개발을 위한 신인증시스템·MPLS·CMTS 장비 투자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같은 규모는 ADSL 보급 등의 투자유인책은 되지 못한다. 휴대인터넷 역시 상용서비스가 2006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어 투자액이 내년에 잡히기는 어렵다.
무선시장은 더 답답하다. IMT2000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없다. 사업권 확보시의 약속을 지키기도 급급한 실정. 특히 내년에도 가입자 기반이 확대될 것인지 낙관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위성DMB 상용서비스가 지연돼 이미 상당수 차질을 겪은 데다 지상파 DMB와의 시장경쟁 구도도 예상돼 섣부른 투자도 어렵다.
◇투자 유인책 다시 짜야=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가 줄면서 장비·부품 등의 후방산업계는 고통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 연말 이후 해외 통신장비 업체 지사장이 상당수 갈릴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LG전자 통신시스템 영업 담당자는 “WCDMA의 경우, 사업자들이 정부에는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실제 장비업체들에 넘어오는 주문액은 전무한 경우도 많다”면서 “결국은 끝까지 버티다 막판에 몰려서야 겨우 투자하는 행태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형 투자유도가 아니라 실제 사업자들이 필요한 부분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신사업자 한 임원은 “투자효용성을 높이면서 당장 시장에서 가시화할 수 있는 결합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가 결국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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