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착화되어 있는 시장 판도를 한번 깨 볼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타성에 젖어 있는 직원들에게 혁신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0년 만에 한국텍트로닉스의 대표가 교체됐다. 제2기 사령탑을 맡은 사람은 전 주니퍼네트웍스 부사장을 역임한 박영건 사장(44)이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프로그램 분석가, 영업·마케팅 및 경영 전문가로 활약했으며, 제일 커뮤니케이션, 한국 HP, 매지네트웍스코리아, 유니스피어네트워크, 주니퍼네트웍스코리아 등 네트워크 전문회사에서 마케팅·영업 분야 요직을 거쳤다.
박 사장은 “계측기 업계엔 경쟁사의 주력 분야를 서로 침범하지 않는 일종의 불문율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불문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장의 말에는 앞으로 보다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겠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에질런트, 요코가와 등 다른 계측기업체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그의 이러한 공격적인 자세는 대부분의 회사생활을 했던 네트워크 사업에서 기인한다.
그는 “유니스피어지 사장 시절, 시스코에 비해 아주 작은 기업이었지만 시스코의 아성인 전화국에 라우터를 대량으로 납품하기도 했다”며 “영업은 전투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텍트로닉스가 강점을 갖고 있는 일반 오실로스코프, 방송 관련 계측기 시장에서 현재의 우위를 유지하는 한편 신호발생기, RF테스트기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그의 영업 목표다.
그러나 올해는 처음으로 이 분야에 뛰어든 만큼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조직을 추스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텍트로닉스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훌룡한 기업”이라며 “한국텍트로닉스도 10여년간 한국 속에 뿌리를 내린 대표적인 외국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텍트로닉스에도 위기감이 적지 않다. 시장 분할 구도에 안주하다보니 야성을 잃어버린 것도 문제점이다. 특히 가장 큰 계측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무선통신 분야에 있어서는 선두업체인 에질런트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박영건 사장은 “앞으로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 국내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우선적으로 투자대비 효과가 높은 분야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국내 계측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키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나 배려가 많아질 수 있도록 본사와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밝혔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