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558돌 한글날]IT기업 `한글사랑` 열풍

 IT기업들의 ‘한글 사랑 운동’이 뜨겁게 번지고 있다.

 558돌 한글날을 맞아 외국계 IT업체·게임 개발사·한글인터넷주소업체·인터넷 포털 등 IT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 특성에 맞는 다채로운 한글사랑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영어 등 외래어가 많이 쓰이는 업무환경에다 신조어, 채팅어 등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그 중심에 선 기업들이 한글지키기에 팔걷고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영어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는 다국적 기업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에는 최근 바른 우리말을 공부하는 동호회 ‘한글 사랑’이 만들어져 운영에 들어갔다. ‘한글 사랑’은 9일 한글날에 국립국어연구원 한용운씨(박사과정)를 초빙, 동호회 회원들에게 한글 맞춤법에 대한 강의를 실시하고 간단한 맞춤법 시험도 치를 예정이다.

 한국MS는 몇 년 전부터 윈도 운용체계(OS)를 비롯해 MS워드와 MS엑셀은 물론 게임 등 컴퓨터 관련 용어의 한글 순화를 위해 사내 온라인모임을 운영해오다 이를 보다 정례화된 조직으로 발전시켜 동호회까지 결성한 것이다. 한용운씨는 “외국계 IT기업에서 한글을 지키자는 동호회가 만들어진 것은 드문 일”이라며 “나부터 먼저 한글을 조금이라도 더 바르게 알고 쓰자는 의식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레이싱게임 ‘시티레이서(http://www.ctracer.net)’에선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바른말 고운말 이벤트’를 만들어 한글사랑 레이스에 나섰다. 게임내 장미길드의 김종현씨가 기획한 이 행사는 지난 8월부터 시티레이서 이용자들간에 주고받는 대화를 순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김종현씨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 국어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며 “앞으로 시티레이서 뿐만 아니라 욕설, 음담패설, 외래어, 국적불명의 채팅어들이 심한 게임을 찾아다니며 이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머그게임 애플파이를 준비중인 나온소프트도 한글날을 맞아 게임내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가장 많이 찾는 이용자에게 상금과 경품을 전달하는 기념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한글인터넷주소 보급에 앞장서 온 넷피아는 8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아름다운 한글인터넷 주소 시상식’을 개최한다.

 ‘제1회 한글정보화 기념식’을 겸해 열리는 이날 행사에는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등 한글단체 및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국회연구모임, 국회 디지털포럼 등이 대거 참석해 전국민적인 한글 사랑 실천을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공모된 아름다운 한글인터넷주소에는 ‘하늘과바다사이’ ‘바람쉼터’ ’꽃나래’ ’하얀햇살’ 등 순우리말 주소와 ‘꿈은이루어진다’ ‘아름다운사람은머문자리도아름답습니다’ ‘사랑하고있어요’ 등 유행어 주소도 많이 포함됐다.

 한편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는 ‘아이한글’ ‘한글사랑’ 등 100여개 카페가 운영되고 있으며 다음카페에도 ‘너희가맞춤법을 아느냐?’ 등 한글 관련 동호회가 만들어져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21세기 세종계획이란...]

중장기 국어 정보화 전략의 중심에는 ‘21세기 세종계획(http://www.sejong.or.kr)’이 있다. 지난 98년 시작된 ‘21세기 세종계획’은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연구원의 주도로 10년에 걸쳐 시행되는 국가적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0년까지 ‘국어 정보화 발전단계’와 2003년까지 ‘국어 정보화 성숙 단계’를 거쳐 ‘국어 정보화 활성화 단계’까지 와 있다.

 2단계까지 기초 자료 구축, 전자사전 개발, 한민족 언어정보화, 전문용어 정비, 글꼴 개발 보급 지원, 문자코드 표준화 연구, 인력 양성 등 국어정보화 기반 조성 사업이 마무리됐다.

 특히 지난 2월 선보인 ‘언어처리 프로그램용 우리말 전자사전’은 ‘21세기 세종계획’의 성과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전자사전은 컴퓨터가 언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어의 의미나 문법, 형태소 등에 의문이 생기면 스스로 해결한다. 때문에 미래 유망산업인 문서 자동처리기, 번역기, 웹 검색, 언어학습기 개발 등 언어공학 산업에 중요한 기초 프로그램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체언, 부사, 연어, 관용표현, 특수어 사전 등 13개 하위 사전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기본 정보 26만5000 어휘와 상세 정보 9만3000 어휘를 수록하고 있으며 3단계 사업에서는 총 70만개의 기본 정보가 담길 예정이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국어 기초자료 구축 사업’을 통해 현대국어와 구어, 한일, 한영병렬 등 말뭉치 1억6800만 어절을 구축했으며 용례 추출기와 지능형 형태소 분석기, 구문 분석기 등 7종의 소프트웨어도 개발 완료했다.

 ‘21세기 세종계획’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한민족 언어정보화 사업’ 역시 중장기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남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초 어휘와 이질화된 어휘, 방언 등을 수록한 ‘한민족 언어 정보화’ CD롬이 제작됐으며 남북한 정서법 자동 변환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21세기 세종계획’의 모든 결과물은 한국어세계화재단 내에 있는 국어정보화종합처리실에서 볼 수 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오늘 국회서 `자랑스러운 한글정보화 보고대회`]

한글 정보화를 통해 정보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는 가운데 한글날을 맞아 국회, 한글관련 민간단체, 기업 등이 고루 참여해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한글의 우수성을 되살리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

 정보격차해소를위한국회연구모임(대표 전병헌 의원)과 디지털포럼, 한글학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 40여개 한글단체는 8일 10시 30분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현직 국회의원과 민간단체, 학계 등 500여명이 참석하는 ‘558돌 한글날 기념 자랑스러운 한글정보화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한글관련 민간 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행사로 김덕규 국회 부의장,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이 참석해 격려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모임에서는 ‘아름다운 한글인터넷주소 시상식’ ‘한글을 빛낸 국회의원 한글현판 기증식’ ‘한글정보화를위한 홍보대사 위촉’ 등에 이어 한글 정보화 현황 및 전망 보고를 통해 경제산업, 인문사회,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글 정보화의 의의와 전망에 대해 고찰하는 기회가 제공된다.

 이금룡 이니시스사장은 이날 ‘인터넷주소 한글화의 의의’라는 발표를 통해 언어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터넷 주소 한글화의 의의를 짚어볼 예정이다. 이 사장은 “우선 언어적 측면에서 인터넷 주소 한글화는 한글과 IT기술의 성공적인 접목을 통해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입증했으며 문화적 측면에서도 전세계 한민족 한글 문화의 네트워크화를 실현한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또 사회과학적·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한글을 사용하는 유치원생부터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는 동시에 한글인터넷 주소의 발전이 인터넷 콘텐츠 산업과 전자 상거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김광옥(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터넷 시대에 한글 정보화 사업에서 발전시켜 나갈 일’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정보화 시대에서 한글이 언어 또는 커뮤니케이션 매개로서 맞이하고 있는 변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정보화 시대에 우리말을 우리 문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외래어 수용의 경제적 생산양식을 분석하고 한국어의 세계성 문제에 대한 연구와 실천도 필요할 것”이라며 “올해 문화관광부가 추진하는 디지털한글박물관 설립 외에도 뭉치말 등에 대한 보존 및 연구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할 계획이다.

 이밖에 진용옥(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어문결합 다국어의 보편적 통합정보 시스템 구성을 위한 정음 한글의 정보이론’이라는 주제문에서 영문과 한글을 정보공학적으로 비교하는 내용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진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교대 분포로 질서를 갖춘 반면 영어는 무질서형이며, 한글은 영어에 비해 발음과 문자 표기상의 차이를 극복하고 통·번역상의 다릿말 역할을 하는 다국어 중간언어로서의 자질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석을 통해 진 교수는 한글을 어문이 결합된 다국어 정보처리의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았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