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신 융합시장을 겨냥한 은행권과 통신사들 간 주도권 경쟁이 최근 양자간 대타협으로 일단락됐다. 모바일뱅킹 시장을 놓고 1년여간 지리한 줄다리기를 해왔던 국민은행과 SK텔레콤이 이달 1일부터 함께 ‘M뱅크’서비스를 시작한 것. 그동안 각 분야 1위의 자존심을 걸고 첨예한 줄다리기를 해왔지만 시장확대를 위해 SK텔레콤이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이처럼 양대 회사가 손을 잡으면서 국내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더욱 빠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말로 100만명을 돌파한 데다 이통사들의 영업정지도 모두 끝난 만큼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다. SK텔레콤과 국민은행의 제휴만으로도 연말까지 총 20만장의 칩 발급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며 모바일복권 구매, 아파트 청약, 주식거래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속속 개발되면서 서비스 품질 제고에 따른 실질 이용자 확대도 늘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협력이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도 꽤많았다. 지난해 9월 국민은행이 LG텔레콤과 ‘뱅크온’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자 SK텔레콤은 은행 점포안에서의 단말기 판매가 부당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국민은행은 재정경제부로부터 은행 유관업무 중 하나로 모바일뱅킹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내 시장선점을 위한 행보에 들어간 것. 이후 국민은행이 KTF의 ‘K뱅크’와 추가 제휴하면서 SK텔레콤을 고립화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SEED·3DES 칩 암호화 알고리듬, ATM 단말기 동글 호환 문제 등 여러 기술 표준문제와 연계하면서 은행권 간, 이통사 간, 은행-이통사 간 신경전은 날로 더해갔다.
하지만 호환성을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와 정부의 잇따른 지적과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면서 제휴가 가능해진 것. 또 후발업체인 LG텔레콤이 이를 통해 공격적 행보를 보이면서 SK텔레콤도 더욱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영업지점을 통합하고 인력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선 은행권으로서는 모바일뱅킹이 효과적 대안이어서 양자간 윈윈 모델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도권은 은행이 쥐었다. 개인신용 정보를 관리하고 금융이라는 원천 서비스를 은행이 갖기 때문이라는 분석. 하지만 이통사들도 이체·조회·결제 등에 따른 각종 수수료 수입과 데이터 사용료, 또 가입자 확대와 유지에 모바일뱅킹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서비스 확대에 따른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