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업계 `시련의 계절`

 올해들어 몇 달 사이에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 가격 변동이 극심하면서 PC 모니터 등 세트업체가 ‘후폭풍’을 맞고 있다.

고가에 구입한 패널의 재고 처리에 고심하고 있으며 세트 가격과 마케팅 정책을 수립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풍족하지 못한 중견·중소 규모의 업체는 패널 가격과 수요가 불안정해 신제품 론칭 시점까지 속속 연기하는 상황이다.

대우루컴즈는 당초 올해 안에 선 보일 20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 론칭 시점을 내년 초로 연기했다. 이미 개발은 끝난 상황이지만 소비자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대기 수요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대우루컴즈는 원래 계획보다 3∼4 개월 연기한 내년 초 23·26·32인치 급 신제품을 새로 선보인다. 또 기존 주력 제품인 15·17·19인치 규모의 모니터도 가격 조정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회사 함영진 상무는 “패널 1만장을 기준으로 할 때 3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라며 “패널 가격의 변화가 심하면서 재고량과 주문량을 책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라고 말했다. 또 “패널 가격이 매 달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소비자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구매를 미뤄 정확한 시장 수요 예측이 힘들다” 라고 덧붙였다.

이레전자도 제품 라인업을 모두 갖추고도 공격 마케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레전자는 17인치에서 52인치까지 다양한 제품 군을 가지고 있으나 패널 가격이 요동치면서 시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레전자 측은 “우선은 재고를 소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패널 가격 변화가 극심해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라며 “시장 수요에 맞춰 가격을 재조정한다는 계획” 이라고 말했다.

 현대이미지퀘스트도 재고 물량을 예측하고 장기 거래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현대의 관계자는 “전체 세트 가격에서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50∼60%에 달할 정도로 높다. 패널 가격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장기 거래선은 물론 당장 공급해야 할 거래선까지 공급 가격을 예측하지 못해 계약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장기적으로 패널 가격 하락은 수요 촉발로 이어지겠지만 지금은 당장 구매가 필요한 소비자도 관망하는 시점이어서 시장 대응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LCD 패널 가격은 4분기로 접어들면서 점차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무려 30% 가까이 떨어졌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