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유통 발상의 전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국 IBM 서버 조립판매 구조

 한국IBM(대표 토니 로메로)이 서버를 부품 단위로 수입해 재조립·판매하는 새로운 유통 방식을 도입한다.

 그동안 다국적 컴퓨팅 업체들은 유닉스 서버의 완제품을 수입해 국내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형태가 전부였다. 물론 한국IBM이 중형 이하의 서버 제품에 한해서 기존 완제품 유통과 병행해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전면적인 시행은 아니지만 그동안 전혀 시도되지 않은 판매 방식이라는 점에서 서버 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 방식으로 유통을 하게 되는 국내 파트너사는 서버 조립을 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도 예견돼 어떤 기업이 이 역할을 맡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AAP 모델이란=한국IBM이 도입하는 새로운 서버 유통 모델은 일명 ‘AAP(Authorized Assembly Program)’로 불린다. 이 제도는 IBM으로부터 조립 능력을 ‘인정받은(authorized)’ 특정 기업이 컴포넌트 단위로 IBM 서버 부품을 구매해 재조립, 시장에 공급하게 된다. 외형적으로 일명 ‘화이트 박스’로 불리는 조립 서버와 다를게 없지만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IBM 서버를 본사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부품 단위로 다시 쪼개져 수입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미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적용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한국IBM은 유닉스 서버인 p650 이하 모델, 즉 현재 유통 모델로 취급하고 있는 중형 이하 유닉스 서버와 x시리즈에 대해 이 제도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인 구축, 수입 물량에 대한 합의 등을 고려할 때 한국IBM측은 1년 정도의 시험 기간을 두고 있다.

 ◇어떤 효과 있나=이 제도는 서버 공급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고객 입맛에 맞게 서버를 조립해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총판의 재고 부담도 덜 수 있다.

 특히 한국IBM은 서버 공급 주기가 경쟁사보다 늦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런 점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IBM은 각 서버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해 일렬 번호를 부여해 한 서버에 있는 부품을 꺼내 다른 서버에 장착하지 못하도록 설계가 돼 있다. 결국 이런 조건 때문에 총판이 서버를 대량 갖고 있어도 특정 제품이 부족하거나 고객의 요구가 달라졌을 때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누가 하나=한국IBM측은 ‘아직 구상 단계’라고 말하지만 이미 관련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은 총판들은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파트너사에 따르면 한국IBM은 코오롱정보통신을 비롯해 LG엔시스, SK네트웍스, 하이트론 등 4개 총판에 이 제도를 설명했다. AAP 제도에 대한 총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국IBM으로부터 조립 권한을 부여받은 총판은 조립 라인 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다. 또 AAP는 IBM 본사에서 서버를 만든 후 완벽한 테스트를 거친 후 이를 다시 부품 단위로 쪼개 한국IBM이 수입해 다시 조립, 테스트를 해야하는 만큼 관련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비용 부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반응이다.

 반면 유통 모델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온 코오롱정보통신의 경우 “재고 부담이나 창고 운영비 등을 고려할 때 일정 정도의 초기 투자비가 들어가더라도 사업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립과 테스트 인력 등을 보유하면서 단순 유통이 아닌 관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효과도 기대하는 눈치다.

 ◇시장 영향=한국IBM의 로앤드 시장 전략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AAP 권한을 받은 기업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본사에서 테스트를 거쳤다고 하지만 재조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능 저하에 대한 우려감을 불식시켜야 한다. 이 문제만 해결되고 나면 서버 공급은 며칠 내에 가능해져 경쟁사들도 긴장할 만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닉스 서버를 국내에서 조립해 공급한다고 하는 것은 종전의 개념을 깨트리는 일이 분명하다”라며 “사업 진척에 따라 채널들이 일대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로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한국IBM의 지배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