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우리가 매일 숨쉬는 공기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아세요?”
지난달 22일 오후 도쿄 과학기술관 3층 기체(gas)관. 나가타(永田) 교수가 친숙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목소리로 어린 학생들의 시선을 플라스틱판에 끌어모았다. 그는 판을 테이블 끝에 걸쳐 놓고는 오른손으로 살짝 내리쳤다. 판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 학생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나가타 교수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나가타 교수는 다시 판을 테이블 끝에 걸쳐 놓았다. 이번에는 신문지 한 장을 판 위에 펼쳐놓았다. 교수는 조금 전과 달리 있는 힘껏 내리쳤지만 판과 신문지는 그대로였다. 어린 학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도쿄 기타노마루 공원에 자리잡은 과학기술관(Science Museum)은 ‘과학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나가타 교수가 맡은 기체실험코너는 매일 20분씩 5회에 걸쳐 펼쳐지며 목탄전지실험, 화학교실, 소프트웨어로 얼굴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 및 실험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첫번째 전시공간인 2층에서 원자(Atom)의 세계를 만난다. 세상의 근원인 원자가 무엇이고 그 힘을 어떻게 현실세계에 적용(원자력발전)하고 있는지를 가상현실체험, 영화상영, 게임 등을 통해 알려준다.
3층부터 5층까지는 과학기술 체험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전자(Eloectro), 자동차, 지구과학, 철강, PC 소프트웨어랩, 우주, 로봇, 건설, 환상(illusion)의 세계를 조성해 놓았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일본의 7개 유명 정밀공업·전기전자·철강·선박·전력회사들이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기술을 어떻게 생활과 산업에 활용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평일인데도 가족 관람객들이 유달리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과학기술관 관계자는 “하루 평균 1500여명이 과학관을 찾아오는데 가족 관람객들이 20%를 넘는다”며 “1년에 359일을 개관하는데 연간 평균 54만6000여명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관에서는 이같은 관람객들을 위해 다양한 회원 프로그램을 준비해 두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자녀를 둔 가족들에게 멤버십을 줘 △연중 무료입장 △월 3∼4회 일요일과 휴일의 이벤트 참여 등의 혜택을 준다. 또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단계별로 클럽을 구성해 워크숍·실험·컴퓨터교실 등 각종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연간 7회씩 소식지(The Friends News)를 발행해 회원간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미래를 열어갈 과학 꿈나무들을 어린 시절부터 세심하게 관리하는 차원인 셈이다.
도쿄 과학기술관은 일본의 정신적 중심지인 일왕의 거처(고쿄) 옆에 있다. 건물도 ‘하늘 천(天)’ 자를 본땄다. 풍수를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이 얼마나 과학기술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과학기술관이 1964년에 건립된 후 40년간 가족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대국 일본의 ‘밑바탕’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도쿄(일본)=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