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반도체 SIP업체 왜 몰려오나

 세계적인 반도체설계자산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전자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메모리 위주이던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 부분으로 점차 강화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국내에 진출, 삼성 등과 제휴를 맺은 ARM이 점차 한국지사의 역할을 점차 강화하는 가운데 밉스테크놀로지, 아크, 텐실리카 등 ARM의 경쟁자들도 한국행 속도를 강화하고 있다.

 ◇ARM 독주=그동안 IP 회사들은 국내의 삼성전자 등 소수 업체만 상대하면 됐기 때문에 ARM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큰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몇 년간 휴대폰이 국내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ARM이 휴대폰 제조 및 관련 칩 업체들에 IP 라이선스를 공급해왔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의 80% 이상에 CPU 기술을 제공하는 ARM은 국내 삼성전자 등과 ‘풀 라이선스’ 계약을 하는 등 휴대폰 관련해서 ARM이 국내에서는 거의 독주를 벌여왔다.

 경쟁사인 밉스테크놀로지, 텐실리카, 아크 등은 소극적인 활동을 하면서 전자통신연구진흥원(ETRI) 등과 계약을 한 바 있으나, 국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휴대폰 부분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데다 휴대폰 이외에도 TV, MP3플레이어,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 등이 부상하면서 이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치열해지는 경쟁=ARM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고성능, 저전력, 저렴한 개발비용’을 바탕으로 점차 활성화되는 정보가전과 엔터테인먼트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ARM 측은 “오디오, 프린터, 셋톱박스, 디지털 TV, 디지털카메라, MP3, 게임기 등을 중심으로 주도권을 유지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ARM의 경쟁사들인 아크, 텐실리카, 밉스 등도 떠오르는 시장인 국내 가전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움직이고 있다. 아크와 텐실리카 등은 우선 가전 시장에서 ARM과 승부를 걸고 난 뒤, 휴대폰 쪽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아크와 텐실리카는 파운드리의 선택이 자유롭고 사용자가 임의대로 구성할 수 있는 ‘컨피규러블 프로세서’ 제품이라 특징을 살려 국내 시장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ARM의 IP 사용료가 고가인 점을 감안, 성능이 유사하면서 저가로 공급해 점유율을 높일 방침이다.

 ◇국내 IP 개발에 자극제될 듯=국내에는 반도체설계자산연구센터(SIPAC)를 중심으로 IP 유통이 추진중이긴 하나 반도체 IP 관련한 거래나 개발이 거의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의 비메모리반도체 업력이 짧고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회준 과학기술원 교수는 “외국 유명 IP회사들이 SIPAC 등을 통해 일본이나 중국에서처럼 IP 업체들이 학교에는 무료, 영세 업체에는 초기에 저가로 쓰게하고 상용화 성공시 라이선스를 받는 모델을 갖는 것이 시장 활성화에 바람직하다”며 “이를 통해 국내의 IP 개발에도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IP란=IP는 ‘Intellectual property’의 약어로 설계 자산을 뜻한다. 반도체 IP는 소자 내에 구현되기 위해 미리 정의된 일종의 블록 기능을 한다. IP는 건축에서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하며, 특히 시스템온칩(SoC) 설계시 핵심 요소인 중앙처리장치(CPU) IP가 주로 거래 대상 품목이다.

 특정 반도체 설계시 이미 검증된 유명회사의 프로세서 코어 IP를 이용하면 설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칩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IP 회사들은 주문제작방식(OEM), 종합반도체회사(IDM), 파운드리 및 디자인 하우스 등 고객과의 라이선스·로열티 협정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