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프롤로그
한국의 전자소재분야는 국산화율이 3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취약하다. 지난해 전자소재분야 국내시장 규모가 50억달러에 달했으나 국산제품이 차지한 비중은 16억달러로 전체의 32%에 불과했다. 나머지 34억달러 68%를 수입에 의존했다.
특히 주력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의 경우 핵심 소재는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LCD의 경우 원가의 60%, 반도체는 원가의 20% 정도를 부품소재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절대적인 해외의존은 수입유발효과로 인해 외화가득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전자소재산업에서 분야별로 세계시장의 50%에서 100% 가까이 점유할 정도의 막강한 경쟁력으로 국가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일본의 전체 소재산업은 제조업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그러나 최근 한국도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에서 기술 및 시장이라는 양날개 지배력을 바탕으로 컬러필터와 편광필름 등 전자소재산업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LCD·전지업체들이 앞선 기술 제품을 개발하기위해 신소재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국내 전문 또는 관련 대기업과의 개발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전문업체들은 물론 중견 화학·섬유업체들이 일제히 소재국산화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업체들마저 국내업체들의 비약적인 발전에 대응해 국내 현지생산체제를 앞다퉈 갖추어 나가고 있다.
일본 후지키메라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LCD용 컬러필터와 편광필름의 경우 세계 시장 규모가 2001년 각각 2000억원·930억원에서 2003년 3800억원·3500억원으로 늘었으며 2008년까지 200% 이상의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전자소재산업은 전방산업의 성장세를 크게 뛰어넘는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소재산업만의 집계가 따로 없어 아쉽지만 산업자원부가 올초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과 공동으로 2446개 부품·소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같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부품·소재 생산은 267조원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 GDP성장률 전망치 5.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부품·소재 수출은 916억달러로 전년대비 13.8% 증가함으로써, 전체 수출의 42.5%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품·소재 무역수지는 72억달러 흑자가 기대돼 전체 무역흑자(127억달러)의 절반 이상(56.7%)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도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 설립 및 정부 신뢰성 인증제도의 연장 등을 골자로 ‘부품소재전문기업등의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을 개정, 산업 지원 강화에 나섰다. 또 수요기업과 중소 소재·장비 기업을 연결해 주는 매칭펀드도 조성했다.
하지만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국산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지만 아직 일본 등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분야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국내 직접 투자와 한일 FTA 체결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