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게임기가 게이머들에게는 희망의 대상이지만 상당수의 게임 퍼블리셔들에게는 재앙이 될 전망이다.
C넷은 퍼블리셔들이 차세대 게임기용 타이틀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미 상당수의 게임 업체들은 할리우드 영화사와 손을 잡았으며 앞으로 게임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DFC인텔리전스의 사장 데이비드 콜은 “업계가 직면한 큰 문제”라며 “그래픽 성능을 올리면 게임을 개발하는 비용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소니, MS, 닌텐도 등의 주요 콘솔 업체는 차세대 게임기를 내년과 후년에 내놓는데 닌텐도는 그래픽 성능 개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지만 MS는 X박스2의 내부 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3(PS3)에 셀 프로세서를 탑재키로 하는 등 성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에 따라 새 게임기는 놀랄만한 그래픽과 현실감 있는 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주겠지만 하드웨어가 복잡해진 만큼 타이틀 개발 비용이 세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타임스플리터’로 유명한 독립개발사 프리래디컬디자인의 이사인 데이비드 도우크는 현재 A급 타이틀 개발 예산은 평균 500만 달러 정도인데 차세대 콘솔 타이틀 개발 비용은 최소한 현재보다 2~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도우크는 “문제는 캐릭터와 텍스처를 만드는 메커니즘이 하드웨어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차세대 게임기의 등장으로 개발자들이 보다 많은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전 세대 콘솔의 캐릭터는 수백개의 폴리곤으로 만들어졌고 외형의 기본 단위는 게임엔진으로 랜더링됐다.
이에 비해 현재 캐릭터는 수천개의 폴리곤을 사용하며 차세대 캐릭터의 밀도는 수십만배 늘어난다.
이미 치솟는 개발비는 3DO나 어클레임 등과 같은 여러 주요 개발사의 와해를 불러왔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애널리스트인 셸레이 올하바는 “비틀거리는 퍼블리셔들이 이미 나타났다”며 “개발 경비 문제 때문에 작은 규모의 퍼블리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THQ의 전세계 스튜디오 담당 수석 부사장인 잭 소렌슨은 “일부 퍼블리셔만이 낙오할 것”이라며 “며 “하드웨어 사이클이 바뀔 때면 늘 재편성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90년대 대형 일본 퍼블리셔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메이저 업체들이 6개도 안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없다”며 “게임 업계가 더 이상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우크는 퍼블리셔들이 치솟는 개발비 때문에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영화나 만화책과 같은 기존 콘텐츠를 라이선스한 게임이나 검증된 대작의 속편에 매달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그동안 개발자들이 전통적으로 기피해온 코드 재사용, 미들웨어나 개발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EA는 올해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미들웨어 중 하나인 랜더웨어의 개발사 크리테리온게임스를 인수했으며 MS는 지난 3월 게임 개발 아키텍처인 XNA를 발표한 바 있다.
또 게임과 게임, 플랫폼과 플랫폼 간 코드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엔진을 개발한 신생업체 왓이프프로덕션 같은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의 엔진을 이용하면 X박스용 농구게임의 볼처리 효과를 PS 타이틀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