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서버’의 ‘익스터널 커넥터’ 라이센스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게임업계와 한국MS의 대립이 법적 다툼 등 극한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MS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게임업체들도 라이센스의 타당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등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이루면서 협상 여지를 상실, 사실상 실력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회장 김범수)는 최근 한국MS가 협상과정에서도 회원사에 대한 형사고발을 이어가는 등 원칙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판단, 사실상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회원사에 대한 형사고발을 취소하고 라이선스 구매요구를 중단하지 않으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력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유관 단체와의 공동 대응,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MS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거론되는 등 정면대결도 불사한다는 자세다.
이에맞서 한국MS도 협회가 협상 테이블을 벗어나 실력 대응을 천명함에 따라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법적 공세를 더욱 강화할 추세다.
지난 4월 ‘윈도서버’의 익스터널 커넥터 라이센스 관련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게임산업협회와 한국MS 간의 간담회 자리 등이 성사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개최된 설명회에서도 한국MS는 원칙론만 되풀이했고 급기야 협회는 20일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협회는 이에앞서 개최된 임시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협의한 결과, 참석자 전원의 찬성으로 MS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한국MS사에 윈도 서버와 관련한 일체의 추가 라이선스 구매 요구 및 구매하지 않은 회원사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그간 MS사에 충분한 해명의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의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단속과 형사고발이 이어지는 등 더이상 결론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유관 협단체들과도 연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 합리성도 정당성도 없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익스터널커넥터란 윈도서버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사용자 접속 라이선스(Client Access License, CAL)를 대체하는 인증 라이선스다. 외부의 불특정 다수가 접속, 그 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CAL의 요구를 대체할 수 있도록 EC라선시를 도입한 것. 하지만 DB서버, 이미지 서버, 웹 서버, 게임 서버, 테스트 서버 등 용도에 따라 상이한 환경에서 EC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느냐에서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협회는 질의서와 공식 설명회를 통해 한국MS의 주장을 청취했지만 MS의 각국 지사마다 다른 설명을 내놓는 등 적용기준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마디로 합리성과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거기다 한국MS의 영업 행태조차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MS사가 과거 윈도 서버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접속 라이선스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고지를 하지 않아 회원사들이 합리적인 구매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설명이다. 구매후 수년이 지난 상황에서 제품의 몇 배에 달하는 추가 라이선스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MS사가 사용자 접속 라이선스를 구매하지 않고 서비스한 게임업체를 형사 고발한 것은 윈도 서버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온라인 게임 개발 환경을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서버 판매 당시 사용자 접속 라이선스의 필요성과 적용범위, 비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다면, 다른 서버 OS로 대체하는 등 합리적인 구매를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적재산권은 지켜야 한다
협회의 강경대응과 달리 한국MS는 아직까지 대내외적인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익스터널커넥터 관련 더게임스의 취재요청에 한국MS측은 “게임산업협회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통보받지 못한 만큼 아무런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MS측도 협회가 협상테이블을 벗어난 만큼 더이상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데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익스터널커넥터 관련 한국MS의 실무팀이나 홍보팀 모두 협상이나 대외 홍보 업무를 사실상 중단하고 법무팀에 맡겨놓은 상태. 지적재산권 문제인 만큼 법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이와관련 한국MS측은 그동안 개별 게임업체 뿐만 아니라 협회와도 간담회를 갖고 충분한 노력을 했다는 항변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게임업체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사용한 익스터널 커넥터를 인정하지 않고 원점에서 시작하자는 원칙만 주장했다는 것이다.
한국MS측은 “그동안 익스터널커넥터를 단속하지 않았다는 관행을 이유로 지적재산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며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게임업체 조차 외국계 거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상대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가당착에 빠질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 대결 어디까지 이어지나
협회의 공동대응 천명에도 불구하고 한국MS가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이번 사태는 향후 공정위 제소, 법적 공방 등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우선 이번 사태로 형사 고발된 게임업체들은 검찰의 수사나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익스터널 커넥터의 타당성과 합리성에 대한 공방도 법정에서 가려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거대기업 MS를 상대로 한 개별업체들의 법정대응이 어느 정도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협회가 어떤 방식으로 후방 화력 지원에 나설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협회가 검토하고 있는 대응 방안은 △유관 협단체와 공동 대응 △공정위 제소 △불매운동 등이다. 우선 한국게임산업개발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과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불공정 거래와 관련 공정위 제소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대응에도 한국MS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협회는 회원사 및 유관단체들과 공동으로 불매운동에 나서는 초강수까지 내놓을 태세다. 협회는 이와관련 금주 중으로 대책위원회를 소집, 향후 대응 수위를 조절할 방침이다.
하지만 협회가 불매운동에까지 나설지에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협회가 강경책으로 일관할 경우, 검·경의 수사를 받는 개별 게임업체들에게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한국MS도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형사고발이 이어질지는 미지수. 지적재산권을 지킨다는 명분과는 달리 자칫 업계를 자극해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경우, 서버 OS 시장에서의 MS의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사태는 양측이 서로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장기화될 조짐도 엿보인다.
<익스터널 커넥터 분쟁 일지>
▲2004년 4∼5월, 익스터널 커넥터 라이센스 관련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 엠게임 등 형사고발.
▲5월∼, MS 미국 본사, 해외 지사 등에 라이선스 구매 필요성에 대한 게임업계 질의
▲6∼7월, 게임산업협회, 한국MS에 라이선스 정책에 관한 공개 질의
▲7월, 협회, 한국MS에 2차 질의서 및 업계와의 간담회 요청
▲9월 16일, MS 접속 사용자 라이선스 관련 설명회 개최
▲9월 16일, 협회 2차 임시 이사회 개최, MS의 부당한 요구 반대 입장 확정 및 공동 대응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