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NHN 당골왕 강인호 개발 팀장

NHN이 지난달 말 ‘당신은 골프왕(이하 당골왕)’의 오픈 베타테스트에 들어가면서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팡야’와 골프게임의 지존 자리를 놓고 격돌을 벌이고 있다. 특히 ‘당골왕’은 NHN이 처음으로 내놓은 본격 3D 게임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게임의 개발을 이끈 NHN의 강인호 S게임팀장을 만나본다.

“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영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1년간 게임에 미처 살았어요.”

단국대 토목공학과를 다니던 강인호 팀장(32)이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될 줄은 그 조차 예상치 못했다. 그는 연수 중 터키에서 온 룸메이트가 게임하는 것을 구경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게임에 푹 빠졌다고 한다.

강 팀장은 당시 비디오 게임 중 퍼즐, 레이싱 게임을 주로 즐겼는데 게임 때문에 밤을 센 적도 부지기수 였다.

 “퍼즐 게임이 쉬운 게임이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성취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쉽지만 이렇게까지 빠져들 수 있는 게임도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게임은 그의 생활 자체였다. 결혼하기 전까지 ‘울티마온라인’, ‘에버퀘스트’ 등의 RPG에 빠져 회사가 끝나면 바로 PC방에 가서 밤새는 생활을 2년간 했었다고 한다.

“결혼 전제조건으로 ‘1주일에 하루는 밤샌다’는 것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혼 초 친구하고 밤새고 들어갔는데 바로 쫓겨났지요. 하하”

동갑내기인 강 팀장의 부인 박자연씨는 같은 회사 운영부서에 근무하는 사내 커플이다. 그래서 흔한 밤샘작업을 다 이해해줘서 고맙단다.

# 보드게임계 미다스의 손

게임에 빠진 강 팀장은 연수에서 돌아와 아예 직접 PC방을 차렸다. 그는 급기야 직접 게임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갖게 됐고 PC방을 하면서 알게 된 당시 한게임의 김범수 사장을 찾아가 ‘취직 좀 시켜 달라’고 부탁, 지난 2000년 3월 게임 기획자로 한게임에 몸을 담게 됐다.

“한게임에서 처음으로 맞고를 내놓았는데 당시 모든 게임 회사들이 고스톱을 두명이 치도록 할 생각을 못했지요.”

강 팀장은 ‘고스톱에도 스피드가 필요하며 게이머들이 둘이 쳐서 많이 딸 수 있는 맞고에 빠져들 것’이라는 판단으로 한게임에서 맞고를 기획했고 이같은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그는 맞고를 비롯해 고스톱, 테트리스, 윷놀이, 바둑, 장기, 당구 등을 기획했고 포커, 골드윙 등의 초기 기획 작업에도 관여했다.

일본 한게임 마작도 강 팀장의 작품인데 그는 이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직접 하우스를 찾아다니며 마작을 배웠다고 한다. 또 영국 연수시절 영국식 술집인 펍(pub)에서 닦은 당구 실력이 당국 게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펍 당구 게임에서 무려 14번을 연속으로 이겨 손님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 ‘당골왕’ 보여줄 것 많아

“국내 게임 대부분이 이렇다할 특징이 없습니다. 당골왕을 만들면서 캐릭터만 봐도 무슨 게임인지 알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 넣으려 노력했습니다.”

강 팀장은 당골왕을 개발하면서 캐릭터와 코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으며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자부한다. 실제 그의 팀원 23명중 디자이너만 15명이다.

강 팀장은 당골왕은 이제 막 오픈 베타에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다고 한다. 그는 ‘당골왕’에 이달 중으로 VS와 싱글모드 외에 보다 긴장감을 느끼면서 빨리 칠 수 있는 새 모드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게이머가 직접 자신의 클럽을 튜닝할 수 있고 PC 사양이나 통신 환경에 따라 게임이 자동으로 설정되도록해 저사양 유저도 랙에 대한 걱정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려워 못하면 아무리 잘만든 게임도 실패작이죠.”

그는 과거 ‘성취감’을 게임의 제 1 요소로 꼽았었다. 즉 게임을 통해 무엇인 가를 느끼고 감동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김범수 사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에 따라 게임 철학도 바뀌었다고 한다.

“외국 게이머들은 국내 게이머들과 달리 몹 사냥에 앞서 2시간씩 사전 준비를 하곤 합니다. 그런 분위기가 좋아 ‘에버퀘스트’를 자주 했는데 이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는 앞으로 ‘당골왕’과 같은 이색 RPG, ‘카트라이더’처럼 쉽게 할 수 있는 레이싱 게임에 도전해보고 싶단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