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고등학교 정광호 교장이 게임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학생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동기에서 였다.
지난 97년 정 교장이 중부대학교 학생처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정 교장은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왜 학생들이 게임에 빠져 공부를 멀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게임을 알아야 학생들의 마음을 움질일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오락실과 PC방을 찾아 가 수시로 게임을 해보고 옆에서 지켜 봤다.
“양복을 잘 차려 입고 오락실에서 서성거리니까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실직자라 생각하고는 측은한 눈으로 보더라구요. 하하하”
정 교장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게임을 탐구하다가 의외의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게임을 기간산업으로 키워야 겠다’는 것이었다. 게임이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한다던 과거의 생각과는 180도 다른 결론이었다.
# 뒤 늦게 알게 된 게임의 중요성
이 때부터 정교장은 게임의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고 교양 커리큘럼에 컴퓨터게임과목을 개설했다. 정원 250명이 첫날 마감될 정도로 이 학과는 인기가 있었다.
이 과목의 학점을 받으려면 학생들이 직접 pc방이나 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해 봐야 했다. 학부모들에게 떳떳하게 게임 할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처음에는 학부모들이 항의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의 게임은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게임개발에 참여해야 합니다. 국문학과, 철학과, 심리학과 출신의 게임교수들이 많아야 종합예술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 교장은 게임이야 말로 단순한 기술 뿐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적 사상이 토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는 대학에서 게임을 가르친다는 것은 너무 늦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의 사고가 굳어지기 전인 10대부터 게임을 가르친다면 훨씬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는 고향 땅에 게임고등학교를 설립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리고 올해 1학기에 첫 신입생을 뽑았다. 정원은 50명. 1학기를 지내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정교장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학생수가 100명으로 늘어 학년별 정원을 모두 채우게 되면 300명의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정 교장은 이 학교를 영재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처럼 우수한 인재들을 뽑아 맞춤교육을 실시하는 곳을 만들 계획이다.
“처음에는 상위 3% 정도 되는 학생들이 오기 바랬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더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좋은 점도 있긴 하지만 게임 그 자체를 즐기다 보니 공부를 시키는데 어려움도 따랐습니다”
정 교장은 학생들이 너무 나약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름에 3박4일의 일정으로 국토순례행진을 감행했다. 학생들도 처음엔 “할 수 있을까?”하며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토순례를 마친 후에는 체력에서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한다.
이밖에도 학생들의 체력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모두 근처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가기도 한다. 정 교장이 이처럼 학생들의 체력강화에 관심을 쏟는 것은 학생들이 하루 24시간을 모두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곳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낮에는 학과수업, 밤에는 게임교육 등으로 공부만 하다보니 다른 학생들 처럼 등하교길에 자연스럽게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 고등학교와 연계한 게임대학 만들 것
정 교장은 게임고등학교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기반으로 해 사이버대학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중에 문을 열 사이버대학은 국내 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에도 개방될 예정이다.
정 교장은 그들에 비해 앞서 있는 한국의 게임관련 기술과 학문을 보급함으로써 한국이 아시아의 게임강국으로 우뚝 설 것을 꿈꾸고 있었다. 이를 위해 정 교장은 한국어 강의와 영어강의를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정 교장은 사이버게임대학이 자리를 잡게 되면 다음 순서로 정식 대학을 설립할 생각이다. 고등학교와 사이버대학, 그리고 4년제 대학이 아우러지는 명실상부한 게임 교육의 메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게임의 미래가 밝은 것은 분명하지만 준비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중요한 것은 졸업생들이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 교장은 그래서 학생들이 재학 중에도 직접 상업적인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기업으로 등록을 마쳤다. 학교에서도 등록금의 10% 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학생 5명씩 한 팀을 이뤄 학년 말 까지 모바일게임 하나씩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완성도는 떨어지겠지만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정교장은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개발한 게임 중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상품화 해 수익을 거두면 이 수익을 다시 학생과 교사들에게 되돌려 줄 생각이다.
정교장은 성격이 활달해서 중부대학교와 한세대학교에 재직할 당시 전산소장, 학생처장, 대학원장 등의 보직을 많이 맡아 왔다. 그리고 대외할동으로 한국게임학회를 설립,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해 오고 있다.
“게임고등학교와 대학을 설립하고 키워나가다 능력있는 사람에게 물려줄 생각입니다. 자식이 안 된다면 적임자를 찾아서라도 제가 만든 학원을 세계적인 게임교육의 메카로 만들 것입니다”
정 교장의 원대한 꿈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84년 서울산업대학 전자계열 졸업
1986년 건국대학교 컴퓨터응용 석사
2000년 동국대학교 전산통계 박사
1993-2003년 중부대학교 교수, 대학원장
2003년 한세대학교 대학원장
2004년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교장
<취재부장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