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RF온라인` 어린이 농락했다

CCR의 모럴헤저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8월초 청소년용 온라인게임 ‘RF온라인’의 캐릭터(코라 여전사)를 이용한 누드 마케팅으로 물의를 일으킨 CCR는 이번에는 등급심의의 맹점을 이용한 변칙영업을 펼쳐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변칙영업은 ‘RF온라인’의 동시접속자를 부풀리기 위해 어린이를 볼모로 삼았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어 유저들 사이에서 일파만파로 퍼질 전망이다.

CCR은 지난 8월 중순 ‘RF온라인’의 오픈 베타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초등학생 및 중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12세이용가로 서비스했으나 정작 일주일 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때에는 등급을 올려 15세이용가로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영등위 심의결과가 나오기까지 한달 가량 게임을 즐겨온 수천명의 어린이 유저가 하루 아침에 게임 접속이 차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CCR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실무 담당자의 단순한 착오로 빚어진 헤프닝이라며 해명하고 나섰으나 한달 가량 키워온 캐릭터를 하루 아침에 빼앗긴 초·중생 유저들은 초반 동시접속자를 부풀리기 위해 CCR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저들은 “지난 3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부터 2차례나 15세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을 굳이 대규모 유저가 접속하는 오픈 베타서비스에서는 12세이용가로 낮춰 서비스한 것도 납득이 안되지만 일주일 뒤 12세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의 등급심의를 15세이용가로 신청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RF온라인’은 어린이 볼모 게임?

CCR의 변칙영업 파문은 최근 영등위로부터 ‘RF온라인’의 재심의 결과가 15세이용가로 나오면서 불거졌다.

지난 8월 중순부터 한달간 12세이용가로 서비스해 온 CCR는 당연히 12세에서 14세까지 초·중생 유저들의 계정을 삭제하는 조치를 내렸고, 계정을 삭제당한 유저들의 불만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는 사태가 빚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RF온라인’은 이미 15세이용가를 받을 수밖에 없도록 CCR측이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단순한 등급판정 헤프닝을 넘어 기업의 도덕성 파문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CCR은 지난 8월20일 12세이용가로 ‘RF온라인’의 오픈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뒤 영등위에는 15세이용가를 희망한다는 심의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등위는 청소년 이용등급인 12세이용가와 15세이용가의 경우 심의 신청업체가 희망하는 등급에 맞춰 등급판정을 내리고 있다. 일단 15세이용가로 신청한 게임이 12세이용가로 낮춰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지난 2002년 한빛소프트가 PC게임 ‘워크래프트3’를 12세이용가로 신청했다가 영등위로부터 12세이용가가 아니다는 이유로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빛소프트는 이후 15세이용가로 심의를 재신청했다 결국 15세이용가 등급을 받기도 했다.

결국 CCR은 등급심의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15세 미만 유저의 계정을 삭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2세에서 14세유저를 회원으로 받음으로써 이들 유저를 볼모로 ‘RF온라인’ 띄우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 동접 부풀리기냐, 단순 실수냐

CCR측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실무진의 단순한 실수라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CCR 관계자는 “12세이용가로 서비스하는 게임을 15세이용가로 등급을 신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심의 결과가 나오면 금방 드러날 사실을 알고도 CCR이 동시접속자 부풀리기와 같은 불순한 의도를 갖고 감행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그동안 RF온라인에 접속한 15세 미만 유저는 전체 유저의 3%에 지나지 않아 많아야 3000여명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가 9만명을 헤아리는 동접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저들은 CCR의 변칙영업이 사실로 확인되자 동접수를 부풀리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3차에서 5차까지 3차례에 걸친 클로즈 베타테스트에서 15세이용가로 서비스해온 게임을 대규모 유저가 접속하는 오픈 베타서비스 시점에 맞춰 한달만에 갑자기 12세이용가로 낮춰 서비스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3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이후 2차례나 재심의에서 15세이용가를 희망 등급으로 신청해 15세이용가 등급을 받아온 터라 당연히 오픈 베타서비스에서도 15세이용가로 서비스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등위 관계자도 “줄곧 15세이용가 등급을 받고 다시 15세이용가로 재심의 신청할 게임을 12세이용가로 서비스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등급파문은 온라인게임 등급심의 결과가 나오기전까지 자의적으로 등급을 매겨 서비스할 수 있는 등급분류제도의 맹점을 활용한 변칙영업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임업계 한 CEO는 “온라인게임은 보통 오픈 베타서비스에 돌입한 뒤 초반 한달 정도면 성공여부가 판가름난다”며 “이 때문에 초반 유저몰이에 게임업체가 사활을 거는 것을 감안할 때 비록 전체 비중은 적더라도 수천명에 달하는 15세 미만 유저는 ‘RF온라인’ 초반 유저 활성화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피해 유저 “보상은 없다”

이번 변칙영업 파문은 CCR측의 주장대로 단순 실수였다고 해도 피해 유저들에 대한 보상문제는 고스란히 CCR의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속성상 한달간 캐릭터를 키워온 유저들은 게임에 적지않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처럼 애지중지하기 때문에 한달간 애써 키워온 분신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면 정신적 충격도 적지않은 피해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영등위의 판정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포기해온 유저들이 고의든 의도든 CCR측의 실책으로 ‘한달살이 유저’로 전락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피해 유저들의 조직적인 반발도 우려된다.

하지만 CCR측은 현재로선 뾰족한 보상책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CCR 관계자는 “일단 실수를 인정하지만 법을 어겨가며 15세 미만 유저의 게임 접속을 허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현재로선 정중한 사과 말고는 특별한 보상책이 없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