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온라인게임 몬스터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온라인게임 속 몬스터들이 점점 똑똑해 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벨업 또는 아이템 사냥을 위한 노가다의 대상이었던 몬스터들이 어느 순간부터 반항을 해오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모여 이제는 더이상 허수아비처럼 가만히 앉아서 죽어주지 말자고 담합이라도 한 것일까.

초창기 몬스터들은 유저들이 공격을 해오면 자신의 피통이 다할 때까지 묵묵히 대항하다가 누워줬다.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다른 유저들보다 빠른 성장을 위해 단기간에 많은 몬스터를 잡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냥은 죽지 못하겠다며 반항을 하는 몬스터들이 부쩍 늘고 있다. 어떤 몬스터는 자신이나 동족이 죽을 것 같으면 ‘힐’을 해서 피를 채워준다. 또 어떤 몬스터는 자신이 질 것 같으면 도망을 가버리린다. 심지어 도망을 가서는 ‘복수’를 외치며 친구들을 우루루 몰고 오기도 한다.

온라인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PC와 NPC(Non PC)로 크게 구분된다. PC가 PC를 통해 게임에 접속한 유저를 말한다면, NPC는 게임상에서 만들어진 다른 모든 형태의 생물을 지칭한다.

NPC 가운데는 게임 진행을 돕거나 그냥 지나가는 행인 정도의 소품 역할을 하는 NPC가 있고 PC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이 존재가 유저들이 대적해 물리쳐야 하는 대상인 몬스터다. 초창기 온라인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아주 단순했다. 몬스터의 종류도 전사형이나 마법사형 정도에 불과했다. 초창기 게임은 더구나 서로 한번씩 공격을 주고 받는 턴방식이 대부분이라 그저 자기 차례가 오면 한번씩 공격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다.

아직까지도 초등학생 사이에서 두터운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가 딱 이런 케이스다. 수년간 지속적인 사랑을 받으며 발전을 해왔지만 기본 골격은 아직도 그대로다.

몬스터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체력과 공격력을 토대로 유저가 가하는 공격에 대응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죽는다. PC용 RPG게임에서부터 시작된 이같은 턴방식의 단순한 공격을 하는 몬스터는 초창기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 그대로 등장한다.그러던 것이 ‘리니지’에 와서는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일단은 다양한 형태의 몬스터가 레벨별로 존재하고, 공격방식도 턴방식에서 벗어나 공격속도에 차별화가 생겼다.

또 평소에는 돌덩이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유저 캐릭터가 지나가면 갑자기 일어나 공격을 하는 골렘이나, 한참 싸우다 자신이 불리해지면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피와 같은 약은 몬스터가 등장했다.

특히 하피와 같은 종류의 몬스터는 하늘로 도망을 갔다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고기나 물약이 보이면 다시 내려와 주워먹는 모습도 보여준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또 ‘리니지’에서는 유저가 시야에 들어오면 바로 공격을 해오는 선공형 몬스터와 집단으로 움직이며 함께 행동하는 몬스터도 등장했다.

이후 ‘포스트 리니지’를 꿈꾸며 개발된 대다수의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은 ‘리니지’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다소 떨어지는 지능의 몬스터가 주류를 이룬다.코믹한 멘트로 유저들의 배꼽을 잡게하거나 유저를 약올리는 엽기스런 몬스터도 등장했다. 개그액션 게임을 자처하고 나선 ‘씰온라인’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대표적인 사례. 이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죽을 때 개그를 하듯이 웃기는 대사를 한마디씩 던진다.

당시 개그맨들이 만들어낸 유행어나 유저들을 비꼬는 대사다. 더구나 이들 몬스터는 듣기만 해도 우스꽝 스러운 스킬을 구사하기도 한다. 설정 자체가 웃기는 몬스터라 지능이 발달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퇴보한 바보 몬스터의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들는 조금은 바보스럽지만 엽기스러운 모습이 오히려 돋보이는 몬스터다.

‘탄트라’의 경우도 몬스터가 엽기스러운 대사를 날리곤 했다. 기존 게임들과 다른 점이라면 ‘야∼이 XX야 거기 안서!’라며 욕설을 내밷는 다는 것. 인공지능형 몬스터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처럼 우스꽝 스럽거나 무식해 보이는 모습을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해 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리니지2’에서는 자신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두고보자’는 대사를 남기고 특정지역으로 도망을 가는 웃기는 몬스터가 등장, 유저들을 당황케 했다. 오픈베타 초기의 모습이다.

물론 ‘리니지’에서 이미 자신이 불리해지면 하늘로 날아오르는 약은 몬스터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두고보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채 자신의 무리가 있는 지역으로 도망을 가 버리는 몬스터는 처음이었다.

또 이벤트 몹인 보스형 몬스터들은 항상 호위병을 데리고 출몰한다. 특히 보스몹 가운데 하나인 ‘여왕개미’의 경우는 항상 주위에 무한정 힐을 해주는 ‘보모개미’ 무리를 이끌고 나타나 레이드에 나선 유저들을 절망케 하기도 했다.

‘두고보자’ 몬스터는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복수형’ 몬스터로 거듭난다. ‘두고보자’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자신의 무리로 돌아가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공격을 감행하는 형태로 바뀐 것. 이 때부터 조직적인 행동을 하는 몬스터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경우도 상당수의 몬스터들이 이같은 행동 양식을 보인다. 조금이라도 똑똑해 보이는 몬스터를 사냥하려면 항상 이 몬스터가 언제 도망을 가는지를 파악한 후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제압을 해야만 주변의 몬스터가 모두 몰려와 낭패를 겪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자신이 불리해지면 동족을 불러오는 유형에서 한단계 더 발전한 유형이 파티형 몬스터들이다. 물론 파티형 몬스터로 구분되는 몬스터는 기존에도 간혹 등장했지만 최근 ‘리니지2’나 ‘WOW’에 등장하고 있는 파티형 몬스터들은 차원이 다르다. 이를테면 ‘WOW’의 경우 몬스터들이 전투중에 자신은 물론 주변의 동족에게 까지 힐을 해서 피를 채워주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특히 ‘WOW’의 경우는 종족별 진영간의 대결을 그리다 보니 동일한 NPC가 한쪽 진영에는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되기도 하고 다른 진영에서는 믿음직한 친구가 되기도 하며 단순히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종족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또 다른 존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또 ‘리니지2’의 경우는 아예 유저들이 파티를 구성하듯이 파티를 구성해서 덤벼드는 몬스터까지 나타났다. 유저들의 파티에 대항해 다양한 스킬과 마법을 조합한 파티로 맞서는 등 전략적이고 조직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

더구나 ‘리니지2’의 경우 얼마전에 있었던 클로니클2 업데이트 이후 던전형 사냥터에 강력한 파티형 몬스터들이 랜덤하게 출몰해 유저들을 사냥하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유저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물론 몬스터는 결국 몬스터일 뿐이다. 몬스터가 아무리 지능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유저들에게 경험치와 아이템을 제공하는 사냥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은다. 그렇지만 이처럼 다양한 유형과 전략으로 무장하고 있는 몬스터들은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더욱 흥미진진한 재미와 스릴을 제공하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