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막을 내린 ‘2004 동경 게임쇼’ 관람을 통해 일본 콘텐츠 업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반다이 부스 앞에는 ‘건담’ 애니메이션에 눈을 떼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파이날 판타지 12’의 3D 동영상을 보기 위해 1시간씩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유명 대작 타이틀이 집중 소개되고 이에 대한 게이머의 관심도 꾸준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 이번 쇼의 특징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해에 비해 모바일 플랫폼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것은 이번 동경게임쇼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다.
도코모 부스가 따로 있긴 했지만 게임사마다 부스에 휴대폰을 놓고 자사 게임을 소개했다. 이제 모바일 플랫폼이 일본 내에서 콘솔과 더불어 하나의 중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현장에 선보인 일본 모바일 게임을 해보면서 3D 분야를 제외하고 2D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앞서있다는 점을 느꼈다. 한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중적 히트를 기록한 스포츠, 아케이드 장르의 게임들은 일본 게임에 비해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 게임의 완결성, 표현력, 아기자기함 등은 한국이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이 우리와 다른 점은 게임 브랜드와 게임사의 브랜드가 시장을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파이널 판타지 before crisis’가 출시되면서 어마어마한 다운로드수를 보여 일본 모바일 게임계를 뒤흔든 사건이 벌어졌다. 또한 일본은 회사별로 월정액 메뉴를 서비스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게임사의 브랜드가 유저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개별 타이틀이나 게임사의 브랜드가 시장을 이끌지 못한다. 따라서 한국 유저들은 모바일 게임에 대한 분별력이 취약하고 게임을 이동통신사의 부가 서비스 이용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사 브랜드에 대한 유저 인지도는 더욱 떨어지는 상황이다. 개발사의 마케팅 활동도 SMS를 대량 발송하거나 스크래치 카드를 무료로 뿌리는 수준에서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야 히트작이 나오고 브랜딩이 조금씩 형성돼 가는 모습이 보인다. 모바일 게임을 홍보하는 영상 제작물이 케이블 채널이나 웹상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고 사람들 사이에 회자 되는 것은 향후 모바일 게임 브랜딩을 위해 고무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핵심 킬러 컨텐츠가 모바일에서 나오고 이것이 확실한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아 게임 브랜딩으로 연결돼야만 새로운 시장 중흥기가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는 시장에 브랜드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마케팅 채널로 고객에 접근해야 한다. 머지않아 모바일 게임에서 시작된 유명 캐릭터를 소재로 만화, 애니매이션, 영화, 온라인 게임까지 차례로 선보이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면 가당찮은 기대일까?
경쟁력 없는 콘텐츠로 통신사 게임 메뉴 상단에 위치하려고 하지 말고 게임과 회사의 브랜드를 쌓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여러 곳에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게임빌 사장 bjsong@gamev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