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학인재들 현주소를 살펴보니..

 한국의 젊은 공학도들이 최근 각종 국제학술대회의 최우수논문상을 잇따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최고의 이공계 교육기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자퇴생이 늘어나는 등 이공계 기피현상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한쪽에서는 젊은 공학인재들이 과학기술 각 분야에서 선전하며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수많은 청년 공학인재들이 꿈을 접고 다른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하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이정호씨(32·건축공학)는 지난달 말 국제 건설자동화 및 로봇심포지엄(ISARC)에서 최고 논문상을 받았다. ISARC에서 한국인이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영민씨(35·기계공학) 역시 앞서 지난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ER/MR 국제학술대회에서 최우수 학생 논문상인 윈슬로상을 받았다.

 고려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는 김동원씨(30·전기공학)는 지난달 20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린 ‘제8회 지식 기반 지능정보 및 엔지니어링 시스템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족 보행 로봇을 위한 무시점 궤도 퍼지 모델’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다.

 김동원씨는 “한 학기에 지원되는 장학금이 등록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다 보니 연구를 중도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거나 경제적으로 전망이 밝은 분야로 진로를 바꾸는 공학도들이 주위에 많다”며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사회 인식이 제고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쾌거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 연구중심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재학생 자퇴가 급증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KAIST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자퇴가 크게 늘어났으며, 학부 자퇴생 10명 중 5명꼴로 의과대학 진학을 준비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퇴생은 지난 2000년 80명, 2001년 76명, 2002년 78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14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 8월까지의 집계에서는 78명으로 조사됐다.

 김희정 의원은 “KAIST생 56%가 사회적인 대우나 학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 등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연구환경이나 처우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수행 건수 제한 등의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KAIST 강창원 교무처장은 “이공계 기피나 사회적인 지위에 대한 통념에서 비롯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KAIST는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며 “일부 학생에 해당되지만 논문 때문에 국가차원의 프로젝트 수행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대전=박희범·조윤아기자@전자신문, hbpark·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