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 지난 달 말 삼성SDS 본사 회의실. 경영지원팀 주관 아래 영업·개발·지원 부문 임원들이 참석한 ‘VRB(Value Review Board)’로 불리는 사업검토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2개의 전자정부 선행 프로젝트가 안건으로 상정됐다. 영업 담당자가 사업 의의와 수익성, 예상 경쟁 구도, 경쟁업체 동향, 접근 전략 등에 대해 발표한 후 VRB 참석자들이 2시간이 넘도록 프로젝트 영업 활동·사업 가치·수익성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한 끝에 1개 사업에 대해서는 ‘불참’ 결정을 내렸다.
◇ 사례 2 = 포스데이타가 장고 끝에 참여를 결정한 공공 조달 및 SI 프로젝트의 영업 담당자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제안서 심의회의’ 주요 참석자인 기술연구소장과 컨설팅사업부장, 품질보증팀장 등은 영업 담당자에게 협력업체 선정 기준을 비롯 회사의 강점을 두드러지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경쟁 컨소시엄과의 차별화 전략은 어떤 게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물었다. 이후 주요 간부들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충분하게 반영하는 방법과 제안 발표자의 태도,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 등을 영업 담당자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고 격려했다.
저가 출혈·덤핑 수주로 인한 수익 악화를 방지하고 내실 경영 실천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스템통합(SI)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SI 업체들이 적정 수익 확보 및 프로젝트 위험에 대한 차단을 위해 사전 ‘수주 심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즉, 프로젝트 발주 전후로 덤핑과 적자 수주를 사전에 막고 내실있는 사업 수행을 위해 실행 및 완료 등 전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는 한편 인원·공정·원가·이익·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 경영만이 성장 기반 확보의 지름길이자 장기적으로는 회사 생존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프로젝트를 수주, 외형 키우기에 집착하던 종래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VRB(Value Review Board)(삼성SDS·LG CNS)·수주평가협의회(SK C&C)· PRB(Project Review Board)(현대정보기술·대우정보시스템)· 제안서심의회의(포스데이타) 등 업체마다 사업 참여 및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조직과 제도의 명칭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주요 프로젝트의 제안서 제출에 앞서 수익성과 위험도를 분석하고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사업본부장과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참석,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이중·삼중의 검토작업을 벌여 제안서 제출 및 현장성능시험(BMT) 참여 여부 등을 결정하는 등 ‘내실경영 지킴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LG CNS는 신규 사업의 경우 해당 사업부 검토 이후 예외없이 전사 VRB를 통과하도록 하는 원칙을 적용 중이다. 또 30억원 이상 규모의 사업은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참석하는 전사 VRB를 거쳐야만 참여가 가능하다.
현대정보기술은 대표이사와 각 사업본부장 및 사업부장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리뷰보드(PRB)’를 통해 경쟁력 및 품질력이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과감히 탈락시키고 있다.
포스데이타는 1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수주가능성· 기술력· 전략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제안서심의회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대우정보시스템 역시 특정 요건을 갖춘 프로젝트인 경우 VRB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 승인 하에 전략적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고 있다.
윤석원 SK C&C 공공영업본부장은 “출혈·과당 경쟁을 사전에 차단, 매출액을 늘리는 외적 확대보다는 내실을 꾀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단순한 수주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적정 수익을 확보하고 양질의 IT 시스템과 서비스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 감동을 자아내는 경지까지 발주자와의 관계를 끌어올리려는 목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