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행망P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PC업체들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조달청은 12일 올 4분기 정부 기관과 산하기관·지자체 등에서 발주되는 행망PC 입찰 조달 납품권 최종 심사를 마무리하고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델컴퓨터 등 20개 업체에 입찰 자격을 부여했다. 특히 이번 입찰에는 외산업체 중에서 도시바코리아가 대원컴퓨터와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또 전통적으로 4분기에 가장 많은 행망PC 물량이 몰리는 점 때문에 역대 가장 많은 업체가 심사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서에서는 올 중반부터 입찰 조건이 크게 완화되면서 우후죽순 격으로 입찰 업체가 난립해 출혈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자칫 전체 PC시장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어떤 업체가 선정됐나=조달청은 지난 11일 오후 6시까지 서류를 마감하고 12일 최종 심사를 실시했다. 이번 심사에는 가장 큰 행망PC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걸맞게 대기업은 물론 다국적 기업·중소 조립업체 등이 빠짐없이 참가했다. 올 상반기에 새로 자격을 획득한 델컴퓨터·한국HP 등 다국적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삼보컴퓨터·현주컴퓨터·대우컴퓨터 등 대기업과 중견 기업, 모로스·아이티엔씨·태경시엔에스·한솔LCD 등 크고 작은 전문 업체가 도전장을 던졌다. 조달청은 이번 심사에 참가한 업체 가운데 70% 정도 업체에 입찰 자격을 부여했다. 이날 선정된 공급업체는 이르면 오는 15일부터 3개월 동안 정부 산하 기관과 납품 계약을 맺고 행망PC를 공급하게 된다.
조달청 박재식 사무관은 “서류 심사에 통과된 업체를 중심으로 투찰 가격을 기준으로 70% 정도를 선정했다”며 “4분기는 가장 큰 행망PC 물량이 맞물려 있어 가장 많은 업체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올 행망 시장 규모는=올 4분기 행망 시장 규모는 전체 분기 중에서 가장 크다는 게 중론이다. 조달청에서는 연간 7000억∼8000억원 정도가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포함한 전체 행망PC 수요라며 이 가운데 40% 정도가 이번 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 허삼영 부장은 “4분기는 특히 기업과 관공서 등 특판 시장이 몰리는 시기”라며 “행망과 관련해서는 대략 전체 연간 시장 규모 8000억원 가운데 3000억∼3500억원 정도가 남은 석달 동안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4분기에는 20여 개에 달하는 업체가 입찰 자격을 부여 받아 치열한 시장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전체 행망 시장의 90%를 점유해 온 삼성과 LG전자·삼보컴퓨터 등 ‘토종’ 업체와 다이렉트판매 방식의 저가 모델이 주력인 델, 글로벌 브랜드가 무기인 도시바코리아· 한국HP 등 ‘외산’업체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46만여대로 추산되고 있는 지난해 행망PC시장에서는 삼성전자(49%), 삼보컴퓨터(22%), LG전자(18%) 등 3개사가 전체 시장에서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출혈 가격 경쟁 우려=올 중반 행망 입찰 업체의 자격 조건이 크게 완화되면서 저가 출혈 경쟁의 우려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조달청은 지난 7월 기존 ‘희망 수량 경쟁 입찰’에서 ‘복수 물품 공급 계약’ 방식으로 행망 PC 입찰 방식을 전격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공급 물량에 따라 제한적으로 입찰에 참가했으나 지금은 일정 조건만 갖추면 어느 업체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PC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 중반부터 자격 조건이 크게 완화돼 이전 보다 배 이상 되는 업체가 입찰 자격을 부여 받고 있다”며 “별다른 공급 사이트가 없는 업체에서는 가격을 앞세워 출혈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채산성이 악화된 PC 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