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비트 CPU시대 개막](상)데이터서 멀티미디어로

컴퓨터의 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지난 20년간의 32비트 체제를 접고 64비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CPU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AMD가 서버및 PC용 64비트 CPU를 먼저 내놓고 기치를 올렸으며 인텔도 최근 서버용 64비트 칩 출시에 이어 조만간 PC용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과 함께 컴퓨팅체체를 주도하고 있는 MS도 이미 64비트 체제 오퍼레이팅시스템(OS) 베타버전을 내놓은데 이어 머지않아 본 버전을 공개할 계획으로 있다.

 컴퓨팅의 새로운 전환을 맞을 64비트 CPU체제의 등장 배경과 전망을 살펴본다.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영화를 능가하는 멀티미디어 온라인 게임. 이것들은 불과 5∼10년 전만 해도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제 전국민이 디지털카메라 및 디지털캠코더를 갖추는 시대가 됐다.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집에 있는 일반 PC로 사진 및 동영상 편집을 쉽게 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아지고 있다.

 반면 현재 PC에서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찍은 고용량 동영상을 구동하려면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PC의 하드디스크가 열심히 돌고 있지만 모니터에는 꾸물대는 영상만이 보인다.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결국 편집을 포기하는 수가 많다. 이뿐 아니라, 최근 출시되는 게임도 집에 있는 일반 PC로는 버겁다.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게임 속 주인공의 동작이 단절되게 느껴진다. 하나의 시나리오가 끝나고 다음 시나리오가 전개될 때 PC는 온 힘을 다해 계산을 해 모니터에 전달해주지만, 초고속통신 시대에 사는 게이머들에게는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현재 사용중인 동영상 등이 32비트 PC가 처음 시작된 10여년전에는 대비할 수 없었던 애플리케이션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볼 때, 32비트 컴퓨터는 현재 4GB의 메모리 용량을 지원한다. 최근 1GB짜리 휴대용 메모리카드가 유행하는 시대에 4GB 분량은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해상도가 낮은 수십초짜리 동영상 정도야 처리하겠지만 제대로 된 동영상의 편집은 거의 로딩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CPU의 클록 속도가 ‘㎒대’에서 ‘㎓대’로 높아지면서 32비트의 열세를 만회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AMD코리아 관계자는 “보통 2시간짜리 디지털 비디오를 저장하는 데에만 최소 26GB의 메모리가 필요하며 결국, 최소한 32GB 이상의 메모리 환경이 돼야 편리하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PC환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CPU 업계에서는 64비트 CPU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MD가 지난해 9월 PC용 64비트 프로세서를 내놓고 있으며 인텔이 최근 64비트와 32비트를 동시에 지원하는 서비용 칩을 개발한 데 이어 PC쪽에도 64비트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현재 64비트를 지원하는 운영체제(OS)가 개발중이며, AMD가 이미 선보인 애슬론64 CPU에 맞춘 주기판 등도 생산이 되는 등 64비트 CPU 시대를 향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IDC의 하천타 책임연구원은 “64비트는 컴퓨팅의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특히 2007년 이후 국내에는 각종 엔터테인먼트 컴퓨팅과 디지털 홈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64비트 컴퓨팅을 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