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비트라는 새로운 경기장에서 그동안 절대적인 1위인 인텔과 영원한 2위 AMD의 역학관계가 지속될지, 아니면 지각변동이 일어날지가 관심사다. CPU 양사는 64비트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지금부터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AMD의 선제공격=AMD는 그동안 인텔의 ‘호환 칩’ 정도로 여겨지며 CPU 시장에서 만년 2위로 여겨졌으나 64비트 시장에서는 한발 먼저 제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MD의 선제공격은 지난해 상반기 서버용 CPU에서 시작됐다. AMD는 64비트와 32비트를 동시에 지원하는 CPU를 내고 64비트 부분에서 인텔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현재 후지쓰-지멘스 컴퓨터, HP, IBM, 선, 유니와이드, e슬림 코리아 등 서버업체들이 AMD 옵테론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하면서 인텔에 거세게 도전중이다.
인텔도 조급해졌다. 인텔은 대응책으로 최근 옵테론 시장 확대를 막기 위해 ‘노코나’라는 코드명의 64∼32비트 겸용 CPU인 제온 칩을 내놓고 견제에 돌입했다. 인텔이 AMD의 서버용 칩 공격을 받아 구겨져 버린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비록 늦었지만 공략을 시작한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CPU의 주요 시장인 PC용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PC 시장에서의 격전 예고=AMD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64비트 CPU인 ‘애슬론64’를 출시하고 최근 우리나라의 삼보컴퓨터와 함께 64비트 칩을 탑재한 ‘루온’ PC를 출시하면서 마케팅 시동을 걸었다. AMD 측은 “애슬론64가 64비트지만 32비트의 운용체계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앞으로 64비트용 제품 등이 나오면 손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며 “향후 수년간 PC를 사용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MD는 이 같은 마케팅을 통해 CPU 시장의 리더라는 인식을 갖고, 인텔의 브랜드 전략인 ‘인텔 인사이드’를 무력화한다는 속셈이다.
공룡 인텔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64비트는 멀었다’고 말하던 인텔이 최근 64비트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PC에서도 64비트 운용체계 등장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전략이 세워진 것이다.
인텔이 64비트 칩 출시가 애초 계획보다 1년가량 앞당겨진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으며 인텔이 64비트에 뛰어들 경우, 64비트로의 전환은 급속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의 움직임이 변수=64비트 시대, 인텔과 AMD의 주도권 다툼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64비트 운용체계와 주기판이다.
최근들에 주기판 업체들이 64비트를 지원하는 보드를 출시하고 있다. 운용체계에서는 리눅스가 MS에 앞서 선수를 쳤다. 이제 관심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언제 64비트용 운용체계를 내놓고 마케팅에 착수하느냐 여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이미 32비트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64비트와 32비트가 공존하겠지만 2년 후에는 64비트가 시장 주체가 될 것”이고 말한 바 있다. 이미 64비트에 대한 준비는 마무리됐으며 시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이미 64비트용 운용체계 베타버전을 내놨고 올해 상반기에 윈도XP 64비트 확장시스템을 출시할 것으로 밝혔으나, 이 같은 계획이 올해 연말로 늦춰졌다가 다시 내년 초로 미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64비트 운용체계 출시와 인텔의 64비트 PC용 CPU 출시가 연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는 이미 AMD로부터 시작된 64비트 시대는 시작됐고 이 시장의 패권을 노리는 업체간의 합종연횡을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