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은 뜨고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지고’
최근 SK텔레콤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간 합의로 무선인터넷망 개방 조치가 내년부터 본격 진행됨에 따라 그동안 망개방에 대비, 무선서비스를 준비해온 인터넷포털들의 위상은 강화되는 반면 400여개에 이르는 중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벨소리 다운로드 등 단순 모델로 수익을 올려왔던 CP들은 다음커뮤니케이션·NHN·SK커뮤니케이션즈·야후코리아 등 대형포털의 무선인터넷 시장 진입이 이뤄지면 역할 축소는 물론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CP 업체 한 관계자는 “음악서비스의 경우 원음 중심으로 바뀌어 CP 간 기술적 차별성이 없어졌다”며 “게다가 SK텔레콤과 같은 이동통신사가 ‘음악라이선스뱅크(MLB)’와 같은 음원공급 사업에 나서면서 CP들은 더는 음원 조달 능력만을 앞세울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야호커뮤니케이션·파네즈·다날·인포허브 등 유명 CP들은 모바일 콘텐츠 분야 비중을 낮추고 신규사업 발굴에 나서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망 개방이 이루어지면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하고 유선에서 무선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콘텐츠가 상당수 등장, 궁극적으로는 시장자체가 이동통신사나 대형 포털 주도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CP업계, 콘텐츠 비중 확대=야호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코스닥 등록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연내에 외형확장과 수익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신규사업팀을 조직했다. 전체 매출의 70∼80%를 벨소리가 차지하고 있는 획일적 구조를 탈피해 사진·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파네즈는 캐릭터 사업을 준비중이다. 무선망 개방에 대비, 이미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준비해온 파네즈는 ‘모모이’ 등 독자 캐릭터를 개발해 우선 오프라인에서 지명도를 높여 모바일용 콘텐츠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달에는 해외전문쇼핑몰인 ‘바이스카이(http://www.buysky.com)’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날·씨쓰리·인포허브 등도 무선망 개방을 앞두고 차세대 수종사업 발굴에 고심중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목표가 이동통신사와의 거래 확대나 현재의 역할을 한 단계 높이는 마스터CP(MCP)체제로의 ‘신분상승’을 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동통신사 및 대형포털 주도 불가피=전문가들은 그러나 MCP 체제도 무선인터넷 시대의 과도기적 형태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KTF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네트워크 한계 때문에 콘텐츠 수준이 낮았다”며 “기술 향상으로 범용 콘텐츠들이 모바일환경으로 옮겨오게 되면 결국 중간유통자인 MCP보다는 원제작자나 커뮤니티에 강점을 가진 유선 포털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주문형비디오(VoD)의 경우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영화사나 직배사와 계약을 하는 게 효율적이어서 CP들의 역할 축소는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음원의 직접 조달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앞으로 게임과 영화 등으로 조달 대상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대형 포털들도 유선환경에서 검증받은 서비스를 통해 무선 시장 접수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커뮤니티 분야에서는 싸이월드의 SK커뮤니케이션즈, 다음카페의 다음커뮤니케이션, MSN 메신저의 MSN코리아 등이 나섰고, 게임분야에서는 한게임의 NHN 등이 진입을 노리고 있다.
SK텔레콤의 콘텐츠 사업팀 관계자는 “기존 포털들의 진입과 이통사의 콘텐츠 직접 조달 외에 처음부터 무선미디어에 특화된 서비스의 출시도 예상돼 현재의 CP와 MCP체제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성찬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의장은 “망 개방이 본격화되더라도 무선 CP들이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 적응해 나간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현재 CP들 대부분은 유선 포털의 진입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되 폰투웹, 웹투폰 등 망 개방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은·정진영기자@전자신문,jecho@·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