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커리어우먼은 강인한 이미지다. 남성 일색의 비즈니스에서 살아남은 슈퍼우먼이라는 인식이다.
하나로텔레콤의 CFO인 제니스 리 전무(43)는 다소 다르다. 국내 굴지의 통신회사의 전무이니 성공한 게 분명한데 슈퍼우먼은 아니다.
“통신업계에 여성이 많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제가 특별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어요. 딸과 아들 하나씩을 둔 엄마이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을 유지합니다. 뭐 특별한가요?”
제니스 리 전무가 기분 좋은 것은 아이들이 남자들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척척해내는 엄마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 그래도 고 3인 딸에게 아침을 제대로 해 먹여 보내지도 못하고 숙제를 제대로 도와준 적이 없는 게 아쉽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엄마가 매우 바쁜 것을 잘 아는지 독립심이 강한 편입니다. 아이들에게 시간은 많이 투자하지 못했지만 소홀했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지난 83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오하이오 주립대, 클리블랜드 주립대, 시카고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왜 바꿨을까.
“대학 3학년 때 미국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경영과 재정 업무에 매력을 가졌습니다. 제 적성과도 맞았고요. 그래서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획득했고 회계법인보다는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나에게 맞는 일과 열정을 쏟을 분야를 찾아 지금까지 왔습니다.”
과거 대우중공업의 미주본사 재무담당으로 일하다가 지난 98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VCEK)가 설립되자 16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프로젝트매니저와 재무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제조업은 매력적입니다. 제조업은 투자와 결과가 매우 솔직하기 때문입니다. 장인정신이 필요하다든지 적기에 제품을 공급해야하는 등 기업 간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전공을 바꿨듯이 그는 6개월 전 제조업에서 통신서비스업으로 적을 옮겼다. 유력 중공업업체의 CFO 경험은 지금 통신사업자의 재무를 총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두루넷 인수, 와이브로 사업권 선정 등 중요한 이슈를 앞뒀는데 성공적인 재무 전략을 세워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주요 주주와 통신 시장에 지금보다 더 가치있는 회사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