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융합, 유무선통합, 음성데이터통합 등 3대 통·융합 작업이 곳곳에서 급속하게 전개되면서 PC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컨버전스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CPU가 64비트로 진화하면서 기존 PC를 이용한 다양한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홈에서 정보기기로 PC가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정보가전기기에 그 자리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후퇴할 것인가가 CPU의 진화에 달려 있다.
◇컴퓨터 진영의 대응=가정 내에 거의 1대 이상씩 보급된 PC가 독립형 시대를 마치고 모든 가전 기기를 통제하는 사령탑을 꿈꾸고 있다. 대형 컴퓨터가 소형 컴퓨터를 거느렸던 것처럼 PC가 ‘주(마스터)’가 되고 일반 가전이 ‘종(슬래이브)’가 되는 구조를 추구한다. 컴퓨터 업계의 계획 대로라면 PC가 모든 통신의 관문이 되고, PC를 통해 모든 디지털 기기를 컨트롤하게 된다. 이때 PC는 셋톱박스, 홈서버, 홈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게 된다.
PC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고용량 통신 데이터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데 유리하다. 원래 태생이 정보기기인 만큼 주변에 다양한 디지털 가전기기를 컨트롤하는 것은 쉽다. 받아들인 데이터 중에서 영화는 TV로, 음악과 동영상은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PMP) 등으로, 게임은 다른 PC로, 각종 정보는 냉장고, 세탁기 등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로 분배한다. 또 TV에서 나오는 방송중 일부를 시청자가 원하는 대로 녹화해야 하며, 한 채널을 시청하면서 다른 여러 채널을 녹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AMD코리아 관계자는 “컴퓨팅 능력의 획기적 향상을 통해 PC의 능력이 무한확대될 것이며 이러한 64비트 CPU 능력은 PC만이 아니라 홈네트워킹 디지털 가전 영역의 능력 향상에까지 이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의 대응=TV, 셋탑박스 업체는 이와는 달리 휴먼인터페이스를 강조한다. 디지털 홈에서의 미래는 CPU의 성능과 기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용자 중심의 구성여건이 갖춰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KT, SKT 등이 사용자 중심의 TV포탈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전업체는 홈네트워크 서비스에서의 정보기기 컨트롤 타워는 홈서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홈에서 홈서버를 통해 다양한 정보가전기기를 제어하고 이러한 제어 상황은 TV 화면을 통해 나타나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용자는 홈서버 존재 여부보다는 TV화면을 보고 서비스를 취사선택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PC와 같은 어려운 조작과정을 거치는 것보다는 리모컨처럼 단순한 기기로 쉽게 조작하는 것이 디지털 홈에서는 유리하다.
TV 앞에서 사용자는 ‘바보’가 되기를 원한다. 복잡한 생각 없이 단순하게 즐기기를 원하는 사용자 특성을 고려, 정보검색과 같은 고차원적인 서비스보다는 얼마나 쉽게 재미있는 내용을 접하느냐가 중요하다. 가전업체들은 CPU의 진화는 기본이지만 통방 융합시대를 주도해나갈 것은 사용자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누가 승리하나=차세대 시장에서 누가 승리할지 예측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모든 전자기기들이 대권에 꿈을 품고 있지만 현재로는 PC와 TV에 기반한 장치들이 가장 유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현재 PC와 가전업계의 로드맵에 이 같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각종 기술 단체에서 사실상의 표준을 놓고 반도체, PC, 가전 업계가 연합군을 형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선을 형성, 격돌하기도 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서 핵심이 되기 위해서는 전자기기의 뇌인 CPU의 진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PC용 CPU, 가전용 멀티미디어 프로세서 등의 개발업체들 간의 반도체 개발전쟁은 이미 진행중이며 PC 진영에서의 64비트 CPU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상룡기자·김규태기자@전자신문, srkim·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