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노하우]차세대 DVD 표준

새로운 기술의 도입시기에는 기업들 간의 표준 경쟁이 치열하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정보기술(IT) 시장에서 표준을 잡느냐의 여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사가 출시하는 제품의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천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소득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IT 분야에서도 광저장장치 분야는 표준 경쟁이 어느 곳보다 치열하다.

CD 표준, DVD 기록 표준에 이어 최근에는 차세대 DVD 표준을 놓고 전세계 가전업체 및 PC업체에 여기에 콘텐츠 업체까지 가세해 보이지 않는 세계 대전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DVD 표준 경쟁은 소니를 중심으로 한 ‘블루레이’ 와 NEC를 중심으로 한 ‘HD-DVD’ 양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DVD는 기존 DVD보다 6배 정도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고선명 화질을 제공한다. 차세대 DVD 표준이 미치는 분야는 컴퓨터, 비디오게임기, TV 등 광저장장치가 응용될 수 있는 대부분의 영역이다. 특히 고화질(HD) 방송이 본격화하는 2007년부터 폭발적인 시장성장이 예상돼 업체 마다 사활을 건 표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소니를 주축으로 한 블루레이 그룹에는 우리 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파나소닉, 샤프, 델, HP 등이 속해 있다. 이에 맞선 HD-DVD 진영은 도시바와 NEC가 주도하고 있다. 기선 제압을 위한 두 진영간의 기세싸움은 대단하다.

블루레이측은 표준규격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등 콘텐츠업체들에게 발빠르게 손을 뻗치고 있다. 이미 타이타닉, 스타워즈 등의 히트작을 보유한 20세기폭스사를 합류시켰다.

소니가 인수키로 한 MGM마저 가세하면 막강한 할리우드의 지원군을 확보하게 된다. HD-DVD 진영도 마이크로소프트등의 지원으로 큰 힘을 얻고 있다. 또 블루레이 진영 보다 유리한 양산체제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실용 제품을 내놓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블루레이’ 진영의 소니와 마쓰시타전기산업은 내년에 이 방식을 채택한 캠코더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항하는 NEC·도시바도 내년부터 디지털가전기기에 저가·저용량인 HD DVD 방식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소니와 NEC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표준으로 무장한 PC 내장형 DVD플레이어 시장에서도 일대 격전을 벌일 전망이다. 소니는 PS2의 다음 버전에도 블루레이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의 문제다.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표준전쟁의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