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왝드(Whacked)’를 소개하면서 먼저 밝혀둬야 할 점은 이 게임이 상당히 잔인하면서도 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연히 ‘18세 이용가’다.
‘왝드’는 왁자지껄한 스튜디오의 후끈한 열기를 느끼기에 적당한 게임이다. 어설프게 엘비스 프레슬리를 흉내 내며 라틴계 가수마냥 제스처를 보여주는 앵커 ‘반 타스틱’의 쉴 틈 없이 쏟아붙이는 요란한 멘트 그리고 그의 추임새에 넋이 빠진 관객들은 다른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일본의 방송프로 패러디 콘솔게임은 주로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의 구조적인 컨셉을 차용한 것과 달리 ‘왝드’는 전형적인 미국식 케이블 쇼의 형태를 보여준다. 대놓고 나오는 스폰서들의 광고와 관객들을 웃게 하는 여러 가지 장치들, 등장인물의 적나라한 희극화는 우리나라에서 엇비슷한 포맷의 쇼만을 보아온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물론 이 게임에서도 이색무기가 등장한다. 사회자와 작가들이 오직 시청률만을 겨냥해 기획한 ‘왝드’의 미션들은 글자 그대로 쉴 새 없이 내 지르며 달려야만 살아남아 승리할 수 있다. 일명 ‘호치키스’로 스테플러를 못 박듯 쏘아 맞춰 청소하기 곤란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야구배트나 거대한 송곳으로 쇼의 우승자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무리들을 소탕하는 것이 이 게임의 과제.
천박하고도 기괴한 캐릭터들이 온갖 자극적인 행태를 보이는 ‘왝드’는 쇼 비즈니스의 정형화된 캐릭터를 모두 갖고 놀아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불사파의 신화를 계승한 듯 마법으로 떨어져나간 자신의 팔다리로 인해 분노와 증오를 품고 분위기를 칙칙하게 만드는 럭키, 카니발리즘을 추구하는 인격파탄자 유진, 오타쿠가 이런 것일까 싶은 자폐아 투프, 오직 근육만이 살 길인 랜스, 그저 빛이 싫은 채러티, 유명한 천재 천체 물리학자와 같은 행색의 오토, 오직 뜨기 위해 벗는 루시 등이 그들이다.
‘왝드’는 시청률에 목을 매는 그로테스크한 쇼를 주제로 삼았기에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루시는 이 게임의 성격을 가장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
갑작스레 벗어내 던지는 보라색 초미니 스커트는 물론 커다른 가슴을 받혀주던 코르셋을 아예 내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방송국 안을 돌아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성을 이용한 방송이 어떤 건지 대놓고 보여준다. 물론 루시의 출렁이는 가슴과 엉덩이를 가리기 위해 신체 주요 부분은 모자이크로 처리됐다.
‘왝드’를 두배로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게임 속에 묻혀 있는 혹은 숨겨있는 성인문화의 메타포를 잡아내는 것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