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의 온라인 게임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미르의 전설2’ ‘미르의 전설3’ 등이 여전히 인기 차트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진출한 기대작들이 잇따라 실패를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
‘뮤’ ‘A3’ ‘프리스톤테일’ 등 ‘미르의 전설’ 이후 차이나드림을 좇아 나선 게임들이 줄줄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고 있는 형국.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가 해킹과 프리서버, 매크로 등 기술적인 요인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흥행의 실패가 원인이라면 중국 시장에 맞는 새로운 요소를 찾는데 주력하면 되지만 중국의 특성상 이들 불법요소를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온라인게임업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엔씨소프트도 최근 중국에서 ‘리니지2’ 서비스에 들어가며 해킹 문제로 서버를 잠시 중단하는 일을 겪는가 하면 최근에는 클라이언트 뿐만 아니라 서버프로그램까지 유출돼 프리서버가 출연할 것이라는 암울한 외신까지 터져나왔다.
여기에 중국정부의 국산 온라인 게임에 대한 심의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내수 시장 포화로 중국으로 눈을 돌린 국내 업체들의 ‘차이나드림’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 장미빛 기대…냉혹한 현실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게임시장은 2002년 9억1000만위안에서 지난해 13억2000만위안(1억5700만달러)으로 45.8%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8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2006년에는 93억위안(1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디퓨전그룹도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이 오는 2007년에는 세계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게임 인구는 2002년 840만명에서 지난해 1380만명으로 63% 증가했다. 특히 13억 인구중 4억여명이 18세 이하의 미성년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 덕분에 ‘씰온라인’ ‘라스트 카오스’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 국산 온라인 게임들은 최근 수백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수출됐다.
하지만 최근 서비스된 국산 온라인 게임의 성적표를 보면 이같은 장및빛 전망이 금새 무색해져 버린다.
중국시장에서 국산 온라인 게임들이 고전하는 최대의 걸림돌은 프리서버 문제다. 한때 동시접속자 25만명을 기록하던 웹젠의 ‘뮤’는 대박신화까지 꿈꿨지만 프리서버가 급속히 퍼지면서 사용자가 급격히 주는 타격을 입었다. ‘프리스톤테일’도 상용화 당시 동시접속자 10만명이 넘는 인기를 누렸으나 해킹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는 사태까지 맞았다. 돌풍을 이어가던 ‘A3’도 프리서버가 출연하면서 기대만큼 많은 수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 프리서버, 해킹의 안전지대는 없다
해킹과 프리서버 문제는 온라인 게임 명가 엔씨소프트도 예외가 아니다. 엔씨는 최근 중국에서 ‘리니지2’의 오픈베타 서비스에 들어갔으나 해커들의 공격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여기서 한발 더나아가 프리서버 관련 프로그램이 공개됐다는 외신이 나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총 718MB의 용량의 ‘리니지2’ 프리서버 관련 프로그램은 맵, 리포트, 로그, 커뮤니케이션 등 ‘리니지2’와 관련된 6개군의 DB파일을 비롯해 중국의 모든 크로니클 서버와 지난 5월 14일 수정된 관리자 프로그램과 설치가이드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이 포함됐기 때문에 개인이 ‘리니지2’의 프리서버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운영팀을 만들고 프리서버 이용자들에게 과금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프리서버 운영자들의 설명이다.
‘리니지2’는 지난 6월에도 자바 개발키트를 이용한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이 나도는 등 기대작인 만큼 갖가지 고초를 겪고 있다.
# 프리서버 뜨면 게임이 죽는다
프리서버는 유출된 프로그램의 버전에 따라 정식 서비스와 차이가 나기도 하고 같은 경우도 있다. 실제로 프리서버가 출현하는 대다수 업체들은 게임 업데이트를 통해 프리서버와의 차별을 꾀한다. 하지만 프리서버는 정식 서버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다양한 재미를 주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이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에 출현한 ‘뮤’의 프리서버는 단 몇 일만에 최고레벨까지 키울 수 있어 과시욕이 강한 중국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정식 버전의 데이터를 조작해 게이머들이 속성으로 캐릭터를 키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프리서버의 맛을 본 유저들은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정식 서버로 쉽게 돌아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에서 프리서버 문제가 잦아들지 않은 이유는 아직 저작권과 관련된 법과 제도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일본, 미주, 유럽 등지에서도 간혹 프리서버가 출현하지만 법제도 때문에 정식 서비스업체처럼 대규모로 과금까지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중국은 시장이 커 프리서버를 일일이 찾아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혹 이를 발견해도 마땅한 제재수단을 찾기 어려워 관련업계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파견업무를 담당하는 국내 온라인업체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워낙 방대하고 각 성별로 나눠져 있다보니 개별업체가 프리서버를 일일이 찾아낸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프리서버 운영자를 찾아 신고하려 해도 중국 고위 관료와의 관계를 내세워 오히려 정식 서비스 업체에 위협을 가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 업체 뿐만 아니라 정부도 나서야
엔씨소프트는 중국 서비스를 앞두고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장담해왔다. 중국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프리서버나 해킹에 대항하는 보안에 달려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픈베타 서비스가 시작된지 채 얼마되지 않아 해커들의 공격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엔씨는 이 사태 이후 보안 수준을 한단계 강화했다고 발표했지만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해커들의 공격은 중국 시장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산 게임이 이미 세계 전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어느 한 곳에서라도 서버프로그램이 유출되면 곧바로 프리서버가 전세계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상당수 게임들이 중국이 아니라 대만, 유럽 등지에서 서버프로그램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보안 강화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각 지역에 진출한 게임의 보안을 강화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개별업체들의 대응이 이처럼 많은 한계를 갖고 있는 만큼 저작권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개별업체가 저작권 문제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부 차원의 통상협상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중국이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우리업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나 프리서버, 해킹, 심의 규제 등 어느 시장 보다 위협요인도 많다”며 “특히 저작권 의식이 약한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프리서버나 해킹에 대항하는 것이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