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비스에 나선 국내업체들은 프리서버나 해킹 문제 외에 또 다른 복병을 만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자동으로 진행하게 하는 일명 ‘매크로’ 사용 문제가 바로 그것. 매크로 문제는 프리서버나 해킹과 또 다른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매크로는 게임 밸런스 붕괴와 유저들에게 불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철저히 막아왔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국내와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온라인 게임 유저의 80% 가량이 매크로를 사용해 게임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내 부동의 1위 게임인 ‘미르의 전설2’가 이를 반증하는 사례.
중국 서비스업체인 샨다가 서비스 초기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접 판매해왔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해 게임업계 수위까지 올라간 업체가 생겨날 정도로 매크로는 온라인 게임의 기본으로 통한다.
매크로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몹을 자동으로 사냥하는 프로그램부터 몹 사냥에서부터 아이템거래까지 원스톱으로 진행시키는 프로그램까지 유행하고 있다.
상당수 프로그램은 90년대 머그게임처럼 그래픽을 생략하고 텍스트 형태로 게임 진행을 알려주며 심한 경우, 이 조차도 생략한 매크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채팅만 안하지 사람이 하는 것은 매크로가 다한다고 볼 수 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매크로를 실행해 놓고 하루 한번 정도 확인만 하는 수준.
매크로는 사실 게임개발사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콘텐츠 소비를 촉진해 게임 수명을 짧게 만드는가 하면 매크로 사용여부에 따라 유저 간 불공평한 게임 진행을 야기, 게임 내 커뮤니티를 붕괴시킬 수 있다.
이때문에 국내에서는 몹사냥을 도와주는 오토마우스가 나타나도 개발사가 이를 적극 차단하는 추세. 하지만 중국에서는 매크로가 당연시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려 했다가는 도리어 유저 이탈을 초래한다. 실제로 ‘A3’ 등을 서비스한 액토즈소프트는 매크로 차단 시도시 유저들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목격해야 했다.
중국 현지에 파견돼 있는 한 관계자는 “중국 PC방을 찾아보면 사람이 없는데도 매크로로 진행되는 PC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며 “중국 유저들은 온라인 게임의 커뮤니티 보다 강한 캐릭터를 키워 서로 겨루는 PVP를 즐기기 때문에 매크로를 당연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중국 진출시 국내업체들은 매크로에 대한 정책을 반드시 수립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국내처럼 문제로만 인식했다가는 현지에서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크로를 무작정 방치할 수 만도 없기 때문에 서비스 초기부터 이에 대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액토즈소프트의 정동수 실장은 “이미 수많은 중국 유저들이 매크로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단순히 문제로 보는 것은 마케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은 커뮤니티 보다 아이템, 캐릭터 간 PVP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시욕이 강한 중국인의 특성에 맞게 게임을 서비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국산 온라인 게임이 중국 진출시 갖는 어려움 중에는 게임 심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중 규제 문제로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정책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문화부는 문화경영허가증서를 획득하지 못한 채 서비스를 진행해오던 국내 온라인게임 2종에 서비스중지 판정을 내렸다. ‘라키아’와 ‘네오다크세이버’ 등의 한국 온라인게임과 ‘마장(mah-jang)’, ‘에버퀘스트’ 등 2개 게임이 문화부의 허가 없이 서비스를 진행함에 따라 운영을 중지시키겠다는 것. 이들 게임은 신문출판총서의 판호를 획득하고 게임 서비스에 나섰으나 중국 문화부가 새로운 규제를 내세움에 따라 서비스에 제동을 받게 된 것.
심의 주도권을 놓고 겨루는 양 단체의 알력다툼으로 이들 게임의 서비스 문제가 표면화 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심의 일원화 및 강화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내 서비스를 위해서 신문출판총서의 판호와 문화부의 경영허가증을 모두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내업체로서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심의가 더욱 강화되는 것도 부담이다. 아직 중국은 서비스 허가권만 내줄 뿐 세부 심의 규정은 없다. 하지만 최근 중국 민간단체인 청소년네트워크협회 게임전업위원회가 폭력성, 선정성, 공포 등 5개의 기준과 채팅몰입도 등 7개의 세부항목을 기준으로 초등학생 이용가, 고등학생 이용가, 18세 이상 이용가 등 3가지 등급을 제시한 것을 보면 중국 정부의 심의도 이처럼 구체화될 확률이 높다.
정국 정부가 심의를 자국 산업의 보호책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산 온라인 게임이 표적이 될 개연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영등위가 폭력성이나 선정성 등을 이유로 성인등급을 정하는 사례가 많은 점을 비춰볼 때 중국 정부가 이같은 사례를 활용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아직 중국 내부에서도 심의 일원화 및 강화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아 향후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하지만 최근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심의를 활용해 국산 게임 진출에 제동을 걸 소지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